2020/03/111 봄비, 얼마나 낮아지면('신의 날' Kol Nidrei) 신동숙의 글밭(106) 봄비, 얼마나 낮아지면('신의 날' Kol Nidrei) 온종일 봄비가 내립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비를 두고 떨어진다 하지 않고 내린다 합니다. 낮은 땅으로 가만가만 닿는 빗소리가 평온함을 줍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봄비는 말없이 가장 낮은 숨을 쉬며 이 땅을 하얗게 적십니다. 지난밤부터 마당으로 내리는 빗소리에, 온몸은 물기를 머금은 듯 아려옵니다. 그대로 마음이 가라앉으면 들뜨던 숨이 저절로 낮아집니다. 잔잔한 빗소리에 메마른 가슴에도 그리움이 흐르면, 앉은 자리 그대로 기도가 됩니다. 이 순간 쟈클린 뒤 프레(Jacqueline du Pre)의 첼로 연주곡인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Max Bruch, Kol Nidrei Op. 47)가 있다면 좋은 사우師友가 되어줍.. 2020. 3.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