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목련이 어진 마음으로 피었습니다

신동숙의 글밭(117)


하얀 목련이 어진 마음으로 피었습니다


봄을 들이려고 창문을 열어두었습니다. 방바닥이 가루로 버석입니다. 어김없이 찾아온 불청객 황사입니다. 황사가 방 안에까지 찾아오던 날, 마당에 돌담 위 하얀 목련은 최선의 모습으로 환하게 피었습니다. 


하얀 날개를 단 흰새처럼, 백의의 천사 간호사들의 하얀 마스크처럼, 뛰어 다니는 국립검역원들의 흰방역복 날개처럼, 숨 돌릴 틈 없이 코로나 반응 검사를 하는 의료진들의 김 서린 하얀 땀방울처럼, 흰 꽃등처럼 하얗게 피었습니다.






머리가 하얀 할머니는 목련이 기침에 좋다며, 목련꽃이 피는 내내 꽃잎처럼 연한 말씀을 하십니다. 목련꽃 봉오리와 목련 꽃잎을 차로 마시면 목이 환하게 시원해진다고도 합니다. 


코로나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시는 모든 분들에게, 기침에 좋다는 하얀 목련의 순결한 마음으로 응원을 보냅니다. 


하얀 방역복 안에서 온몸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처럼 눈물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그대들의 하얀 마음들이 하얀 목련꽃입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하얀 마스크 안에서 환히 피어나는 하얀 땀과 애정 어린 눈물과 어진 미소가 이 세상에서 가장 환한 꽃인 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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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껏 행복해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3)


재주껏 행복해라


토요일 아침, 목양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일 아침 9시에는 교직원 기도회가 있다. 기도회로 모이는 새가족실로 향하는데, 저만치 보니 문이 닫혀있고 불도 꺼져 있다. 이 시간이 되면 모두들 모여 기도회를 준비할 때, 이게 뭐지 싶었다. 


내가 시간을 잘못 확인하고 내려왔나 싶어 시계를 보니 9시가 맞다. 설마 오늘이 나만 모르는 공휴일인가 하는 생각도 지났지만 다른 날도 아닌 토요일, 오히려 중요한 날이다. 아무 것도 짚이는 것이 없었다. 다들 늦을 리는 없을 텐데 갸우뚱 하며 새가족실로 들어서려는 순간 갑자기 노래가 울려 퍼졌다. “생일 축하합니다!”, 교직원들이 둘러서서 노래를 불러주었다. 저만치 내가 늘 안는 자리 앞에는 촛불이 켜진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실은 생일이 이틀 뒤, 월요일이 휴무일이다 보니 미리 준비한 자리였다. 따뜻한 마음이 물씬 전해졌고,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것만큼 놀랍기도 했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케이크를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문득 떠오른 일이 있다.





단강에서 목회를 하던 시절, 연세대 재활의학과 학생들이 해마다 농촌봉사활동을 왔다. 농촌에 사는 어른들에게 함부로 의식화를 하려는 대신 머리 숙여 배우는 마음이라면 받겠다고 하여 시작이 된 농활이었는데, 정말로 아름답고 멋진 만남이 되었다. 


한 번은 군에서 휴가를 나온 한 학생이 봉사활동에 참여를 했다. 그만큼 농활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가 입대해서 경험한 일을 들려주었는데,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입대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어머니가 책 한 권을 보내오셨단다. 그런데 책을 여니 앞장에 어머니가 적은 글이 있었다는 것이다. “재주껏 행복해라!” 군에 간 아들을 걱정하면서도 사랑하고 믿는 마음이 오롯이 전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우울하고 무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럴수록 재주껏 행복하자고, 밝은 기운을 교우들 이웃들과 나누자고 했다. 자줏빛 리본으로 묶인 종이는 교직원들이 쓴 편지라고 했다. 오랜만에 받아든 상장처럼 아껴 읽어야지 싶었다. 케이크 위에 꽂혀 있는 62라는 숫자, 잘 익어가야지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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