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글이 있구나

신동숙의 글밭(148)


세상에 이런 글이 있구나

- 허공처럼 투명한 다석 류영모 선생의 글 -


세상에 이런 글이 있구나
글쓰기에 틀이 있다면
그 틀을 초월하는 글


글에 울타리가 있다면
그 울타리가 사라지고
경계도 무색해지는 글


가령 시 한 편을 적을 때, 같은 단어를 두 번 이상 쓸 경우 필자는 긴장을 하곤 한다. 자칫 강조의 말이 강요의 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머지 단어들까지도 탄력을 잃어버리거나 의미가 퇴색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같은 단어를 두 번 쓰기가 늘 조심스러운 것이다.


다석 류영모의 글에선 같은 뜻의 다양한 표현으로 '얼의 나', '얼나', '참나', '영원한 생명', '진리의 성령', '하느님 아버지'라는 단어를 써도 너무 많이 쓴다. 그것도 한 단락 안에서만 찾아 보아도 한 문장에 한 번이라 할 만큼 같은 뜻의 단어를 남용하는 듯하다. 


마치 엄마의 옷자락을 물고 늘어지는 어린 아이처럼 그가 붙들고 있는 것은 하나이다. 그 간절함과 애틋함으로 그의 높아진 생각 만큼 그의 몸과 시선은 낮은 곳으로 향해 있다. 가까운 사람들과 먼 세상은 그를 두고 진리와 사랑의 빛으로 느껴진다. 사심이 없어 투명하다. 





얼나, 참나, 진리, 하나님으로 반복되는 말은 호흡처럼 마치 모든 문장에 다 쓰고 싶지만, 오히려 자제하고 있는 중이라는 필자의 외침이 행간에서 들려올 정도이다. 이런 경우라면 읽는 이로 하여금 강요로 느껴져, 읽기를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반복되는 말로 인해 지루해져야 하는데, 중요한 점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점이다. 목숨을 지닌 인간에겐 하늘숨처럼 끊을 수 없는 들숨 날숨처럼 살아서 숨 쉬는 글, 영혼의 숨을 쉬게 하는 글이다.


다석 류영모의 글에선 사심이 하나도 없다. 마치 허공을 대하는 듯 맑은 하늘을 대하는 듯 맑고 투명하다. 다석의 책 속에는 천부경, 단군, 논어, 맹자, 중용, 장자, 불경, 성경, 공자, 석가, 예수, 칼라일, 톨스토이, 간디, 소로우 등 무수한 경전과 성인들과 사상가들과 인물들과 사건들과 역사가 글에 등장하고 있다. 


그의 박학다식함과 이해와 생각의 깊이와 사상의 높이와 겸허한 인격 앞에, 마치 바다의 깊이와 하늘의 넓이까지 헤아리려는 마음이 인다. 하지만, 그의 책을 덮은 후 남는 것은 한 가지다. 같은 뜻의 다양한 표현을 지닌 영원한 생명인 얼나, 참나, 진리의 영, 하나님 아버지 한 분뿐이다. 진리의 말씀뿐이다.


투명한 허공처럼 자신을 비워서 투명한 하늘이 그대로 드러나게 하는 글, 그런 사람은 세상에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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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수레가 요란하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81)


빈 수레가 요란하다


우리 속담 중에는 신앙과 관련이 있는 속담들이 있다. 곰곰 생각해보면 신앙적인 의미가 충분히 담겨 있다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콩 심은데 콩 나고, 밭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이 그렇다. 콩 심어놓고 팥 나기를 기도하는 것이 신앙이 아니다. 팥 심어 놓고 팥 안 날까 안달을 하는 것도 신앙이 아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도 마찬가지다. 피와 쭉정이는 제가 제일인 양 삐쭉 고개를 쳐들지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인격과 신앙이 익는 만큼 겸손도 따라서 익는다. 잘 익은 과일이 그렇듯이 그의 삶을 통해서는 향기가 전해진다. 


신앙과 연관이 있다 여겨지는 속담 중의 하나가, ‘빈 수레가 요란하다’이다. 빈 수레일수록 삐거덕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하지만 짐을 제대로 실은 수레는 묵묵히 길을 간다. 요란을 떨지만 그 어떤 선한 열매도 찾아볼 수 없는 신앙인이 있다. 그런가 하면 유익한 열매들을 말없이 맺는 이들이 있다. 


우리가 어떤 짐을 싣고 어떻게 가는지는 세상이 안다. 굳이 우리가 요란한 소리를 따로 내지 않아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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