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개

신동숙의 글밭(169)


산안개




비가 오는 날에는

산안개가 보고 싶어서


밥을 먹다가

먼 산을 생각합니다


설거지를 하다가

산안개를 생각합니다


푸른산 머리 위에 앉은

하얀 산안개가 순합니다


비가 오는 그믐밤에도

흰 박꽃처럼 순합니다


하늘도 순하고

산도 순하고

집도 순합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온 마을이 하얀 박 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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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조

한희철의 얘기마을(4)


자조




버스에 탄 할아버지 두 분이 이놈, 저놈 호탕하게 웃으며 농을 한다. 


“이놈아, 어른을 보면 인사를 해야지.”


“어허 그놈, 으른 애도 모르는 걸 보니 갓난애구먼.”


“이놈아, 집에 틀어박혀있지 나가길 어딜 나가누. 나갔다 길 잃어버리면 집도 못 찾아올라구.”


“고 어린 게 말은 잘하네. 아직 이도 안 난 것이.”


“뭐라고?”


어이없어 껄껄 웃고 마는 할아버지, 정말 앞니가 하나도 없다. 친구 같은 두 분 할아버지, 무심한 세월 덧없음을 그렇게 서로 자조하고 있는 것이었다. 


(얘기마을,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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