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고독

신동숙의 글밭(181)


당신의 고독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길이 얼마나 그윽한지


당신이 심연에서 길어 올린 눈물로 

적시우는 세상은 윤기가 돕니다


홀로 있는 시간 동안

당신의 고독은 얼만큼 깊어지기에


당신이 뿌리 내릴 그 평화의 땅에선 

촛불 하나가 타오르는지, 세상은 빛이 납니다


이제는 문득

당신의 하늘도 나처럼 아무도 없는지


당신의 詩가 울리는 하늘은 

높고도 맑고 고요히 깊어서


나의 고독이 아니고선

당신의 고독에 닿을 수 없음을 알기에


당신을 만나려 호젓이

관상의 기도 속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만 갑니다


그리고 이제는 

고독의 방이 쓸쓸하지만은 않아서


내 영혼이 고독 안에서만 

비로소 평온한 쉼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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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요금

한희철의 얘기마을(17)


전기 요금


1070원, 지난 달 유치화 씨가 낸 전기 요금이다. 단칸방에 늙으신 홀어머니 모시고 살아가는 치화 씨, 1070원이라는 금액 속엔 가난하고 적막한 삶이 담겨있다.


지난주엔 한여름 내내 열심히 일한 치화 씨가 그동안 번 돈을 아껴 텔레비전을 샀다. 흑백 중고로 안테나 설치까지 4만원이 들었다 한다. 잘 나온다고, 이젠 다른 집으로 TV보러 안 가도 된다며 흐뭇해한다. 




이번 달부터는 전기요금이 올라가겠지만, 그깟 전기요금이 문제일까. 저녁 밥상 물리고 나란히 앉아 함께 웃는 시간이며, 일하러 갔다 늦게 돌아오는 아들 기다리며 막막하기 그지없었던 어머니 시간 보내기도 좋고, 내일은 비 올 거라며 남의 말 듣기 전에 말할 수 있어 좋고, 난생 처음 예금한 돈 30만원이 통장에 있는데 까짓 몇 푼 전기요금 더 나와야 그게 문제일까. 치화 씨 웃음이 모처럼 넉넉하다. 


 <얘기마을>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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