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

한희철의 얘기마을(20)


단순한 삶


어둘녘, 인쇄소에서 소개해 준 지업사에 들렸다. 사방으로 켜켜이 종이가 쌓여있고, 종이 자르는 커다란 날을 가진 기계가 한 가운데 있었다.


주인께 온 이유를 말했더니 한번 찾아보라 한다. 아내와 난 너저분히 널려 있는 종잇조각들을 헤치며 쓸 만한 종이를 찾았다. 전지를 원하는 크기로 자르고 나면 한쪽 귀퉁이로 작은 조각들이 남게 마련인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 작은 종이들이었다.



주보 발송할 때, 주보를 두르는 띠를 얻기 위해서다. 300여부 발송을 하다 보니 잠깐 허리를 두르는 띠지만 적은 양은 아니었고, 성한 종이(?)를 잘라 쓸라니 아깝기도 했던 것이다.


한참을 종이 더미를 뒤져 우리는 쓸 만한 것들을 제법 찾아낼 수 있었다. 


“얼마 드리면 되죠?” 물었더니 “그냥 가져가세요. 어차피 필요 없는 건데요 뭐.” 한다. 참 기뻤다. 제법 쓸 만한 양을 구한 것이다.


“고맙습니다.” 밝게 인사하고 나오는 우리를 주인은 멍하니 바라본다. 휴지 조각을 주워가며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 하는 젊은 두 사람이 주인은 신기했나 보다.


어둠이 내리는 골목을 막차 타기 위해 급히 빠져 나오며 두 사람은 행복했다. 삶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지 싶었다. 


 <얘기마을>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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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주는 자유

신동숙의 글밭(184)


시詩가 주는 자유




아무거도 없는 

빈 바탕에


참이 주시는 

글씨 몇 톨 고이 심고서


양심에 뿌리를 내린다면

한평생 비바람에 흔들린다 하여도


너른 하늘로

빈 가슴으로


욕심없이 마음껏

뿌리와 가지를 뻗을 수 있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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