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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82

먼저 비우면 저절로 채워지는 호흡 신동숙의 글밭(229) 먼저 비우면 저절로 채워지는 호흡 모든 생명은 숨을 쉬면서 살아갑니다. 숨이 붙어 있으면 산 목숨이오, 숨이 끊어지면 생명이 다했다고 흔히들 얘기합니다. 평생 우리 몸에서 한순간도 떨어질 수 없는 것이 호흡이지만, 오장육부의 자율신경계와는 달리 우리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자율 의식으로 그 완급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 또한 호흡인 것입니다. 숨을 내쉬고 이어서 숨을 들이쉬는 그 사이에 삶과 죽음이 있으며 또한 그 순간 속에서 영원을 본다는 선각자들의 말씀이 마음을 환하게 합니다. 그보다 앞서 흙으로 인간을 지으시고 생기를 불어넣어 주셨다는 천지창조의 말씀에서도 생기 즉 숨의 생명력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날숨이 먼저인지 들숨이 먼저인지 그 이치를 가만히 헤아리다 보.. 2020. 9. 8.
규성이 엄마 한희철의 얘기마을(78) 규성이 엄마 작실에서 내려오는 첫차 버스에 규성이가 탔습니다. 엄마 품에 안긴 어린 규성이의 두 눈이 빨갛게 충혈 되어 있었습니다. 감기가 심해 원주 병원에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엊그제 들에 나가 고추며 참깨를 심었는데, 점심을 들에서 했다고 합니다. 솥을 돌 위에 걸고 나무를 때서 밥을 짓고 국을 끓인 것이지요. 먼 들판까지 점심을 이어 나르기 힘든 것도 이유였겠지만, 시어머니며 남편이며 몇 명의 품꾼이며, 어쩜 일하시는 분들께 따뜻한 점심을 차리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새댁인 규성이 엄마가 점심을 차리는 동안 어린 규성이는 밭둑 위에서 혼자 버둥거리며 누워 있어야 했는데 흐리고 찬 날씨, 감기가 되게 걸린 것입니다. 어린 규성이가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어린 .. 2020.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