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와 풀벌레

신동숙의 글밭(236)


가을비와 풀벌레




한밤에 내려앉는 

가을 빗소리가 봄비를 닮았습니다


비가 내리는 밤이면

빗소리에 머물다가 

저도 모르게 잠들곤 하였습니다


순하디 순한 빗소리에 

느슨해진 가슴으로 반짝 풀벌레

밤동무가 궁금해집니다


맨발로 풀숲을 헤치며

숨은 풀벌레를 찾으려는 아이처럼


숨죽여 빗소리를 헤치며

풀벌레 소리를 찾아 잠잠히

밤하늘에 귀를 대어봅니다


가전 기기음인지 풀벌레음인지 

마음이 문전에서 키질을 하다가

자연의 소리만 남겨 맞아들입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빗소리도 발걸음을 늦추어 

더 낮아지고 


풀벌레 소리는 떠올라

가을밤을 울리는 두 줄의 현이 되었습니다


가을비와 풀벌레는

한 음에 떠는 봄비와 꽃잎의 

낮은 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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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 된 믿음이

한희철의 얘기마을(89)


나중 된 믿음이



수요 저녁예배 후, 캄캄한 작실까지 올라가야 하는 할머니가 안쓰럽습니다. 


작실에서 아무도 안 내려와 혼자 가시게 된 것입니다. 


“어떡하죠?” 


걱정스럽게 말하자


“괜찮아유. 성경책 꼭 끌어안구 가면 맘이 환한 게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어유.”


나중 된 믿음이 먼저 된 믿음을 밝힙니다.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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