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버리라고요?

한희철의 얘기마을(115)


오토바이를 버리라고요?


목사님, 먼저 저의 이런 못난 처신을 용서하십시오. 언젠가 목사님은 목사님이 펴내시는 주보를 통해 “그대의 오토바이를 당장 버리시오”라고 호령하신 적이 있습니다.


“흙 가운데 살면서, 흙의 사람들 가운데 살면서 어쩌자고 그 괴물을 타고 흙길 가운데를 질풍처럼 달리느냐.”고 하셨습니다. 본시 사람이란 흙 밟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목사님이 주시고자 했던 말씀이셨죠.


이어 보내신 편지에서도 다시 한 번 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흙 같은 가슴들일랑 흙가슴으로 만나야 한다고요.


처음 목회 떠나왔을 땐 말씀대로 걸었습니다. 걸을 수밖에 없기도 했고요. 뱀처럼 늘어진 길을 땀으로 목욕하며 걷기도 했고요, 아픈 아기를 안고 그냥 비를 맞고 걸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자전거를 구했습니다. 걷는 것에 비해서는 좋았지만 자갈길, 툭하면 나는 ‘빵꾸’가 영 골치였습니다. 덕분에 저는 빵꾸 때우는 기술자가 되었지요.


그러다가 오토바이를 구했습니다. 서울로 올라가게 된 선배 목사님이 거저 준, 오토바이 중에서는 가장 작은 것이었습니다. 오토바이를 난생 처음 타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땀 안 흘려도 된다는 것보다는 빵꾸를 덜 때워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몇 번 아찔한 순간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옷을 찢은 적도, 오토바이만큼 몸을 망가뜨린 적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탑니다. 목사님도 모르시지 않는다 했던 대로 교통사정 때문입니다. 한낮 서너 시간 기다리는 대신 걷는 거야 그런다 해도 저녁 여섯시 반이면 끊기고 마는 막차, 그 시간 이후 원주에서 열리는 행사는 남의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너 시간의 밤길은 영 자신이 없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 위해 다른 분 신세를 진다는 건 속편한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시골 사정 알 듯 모르시는 말씀에 야속하기도 하고, 그래도 원칙적인 말씀에 고맙기도 합니다.


바쁘고 안개 낀 세상, 그런 걱정과 호통은 차라리 속 시원합니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렇게 밖에는 한 ‘갇힘’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 땅의 많은 후학들은 주신 말씀 고맙게 새길 것입니다. 


저도 명심하겠습니다. 흙 밟고 살라는 그 말씀!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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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주세요

신동숙의 글밭(254)


풀어주세요




천장의 눈부신 조명 위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수 있도록


창문틀 너머로 

지평선을 바라볼 수 있도록


시멘트 바닥 아래 

흙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벽돌 우리에 갇혀 매여 있는 

나를 풀어주세요


안락이라는 족쇄에 묶여 꼼짝 못하는

천국이라는 재갈을 입에 물고 말 못하는


몸 속에 갇힌 나를 

풀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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