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기자는(3)

한종호의 '너른마당' 2020. 10. 25. 07:00

전도서 기자는(3)


인간은 누구나 늙어가고 또 기력이 쇠하여 어쩌지 못하는 때가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그 어느 누구도 한때의 젊은 시절의 힘이 늙어 죽을 때까지 그대로 간다고 장담할 수 없으며, 그 자랑으로 한 평생을 자기 영광을 구하며 살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권좌의 영광에 취해 교만해지고, 자신의 간교한 지혜에 자만하여 구덩이를 파다가 자신이 그 구덩이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전도서의 기자는 책은 아무리 읽어도 끝이 없으며 공부만 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한다.”(12:12)고 말하고 있다. 세상에는 알아야 할 것들이 널려 있고, 그걸 쫓아다니면서 사는 것은 피곤한 일이라는 것이다. 최고의 지혜자라고 알려진 전도서의 기자는 지식에 의한 명성을 도리어 거부하고 있으며 그것에 사로잡혀 사는 인생을 택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전도자는 지혜로운 사람이기에 백성에게 자기가 아는 지식을 가르쳤다. 그는 많은 잠언을 찾아내어 연구하고 정리하였다. 전도자는 기쁨을 주는 말을 찾으려고 힘썼으며, 참되게 사는 길을 가르치는 말을 찾으면, 그걸 바르게 적어 놓았다. 지혜로운 사람의 말은 찌르는 채찍 같고, 수집된 잠언은 잘 박힌 못과 같다. 이 모든 것은 모두 한 목자가 준 것이다.”(12:9-11)라고 자신의 지혜의 근원을 밝히고 자신이 살면서 애써온 바를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도 모두 자칫 12절의 말씀에서 밝혔듯이 끝이 없고 곤고한 삶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가장 중요한 근본이 어디에 있는지 명백하게 말하고 있다. 그 한 목자가 자신에게 준 말씀의 결론적 취지에 속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은 이것이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라. 그분이 주신 계명을 지켜라. 이것이 바로 사람이 해야 할 의무이다. 하나님은 모든 행위를 심판하신다. 선한 것이든 악한 것이든, 모든 은밀한 일을 다 심판하신다.”(12:13-14)

 

전도서 기자는 세상이 자신의 영광을 칭송하고, 자신 역시 자랑했던 그 모든 것을 이면에 자신만이 알고 있는 은밀한 생각, 소행, 사건들을 떠올린다. 아무리 대단하고 아무리 잘 났고 아무리 높고 아무리 강성해도, 그래서 남들이 모두 놀라워하고 칭찬하며 감탄할 지라도 이들이 알지 못하는 은밀한 일”, 그것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든은밀한 일은 자기 자신과 하나님만이 알고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을 결국 하나님께서 일일이 다 아시고 기억하시며 또한 판단하신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산다면, 우리 인간이 세상에서 구하려는 영광과 성취, 그리고 부와 명성 이 모든 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겠는가, 돌아보라는 것이다. 자신과 세상에는 영광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위선이고, 자신과 세상에서는 성취와 명성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교만과 위선이라면 어찌하겠는가라는 질문이다. 자신과 세상 앞에서는 부와 권력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악행이자 죄라면, 그 모든 것은 결국 다 헛되고 말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전도서는 과연 인생의 덧없음과 헛됨을 일깨우고 말하는 책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도리어 인생이 헛되지 않고 덧없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길에 대한 성찰, 일깨움이라고 할 수 있다. 살아보니 사는 것이 별 볼일 없고 아무것도 아니더라,가 아니라 진실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따로 있더라, 라는 것이다. 그러니 잘못된 길을 가지 말고 지혜로운 길로 가라는 것이다. 세상의 평판과 칭찬, 저주와 비난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하나님의 눈, 하나님의 말씀, 하나님의 뜻에 바로 서라는 것이다. 그럴 때에 비로소 세상의 유혹과 칭송, 세상의 무시와 외면 그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고 보람 있고 뜻있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posted by

되살이

한희철의 얘기마을(125)


되살이


죽을 사람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살아나 이어가는 삶을 단강에서는 ‘되살이’라 합니다. 


우속장님을 두고선 모두들 되살이를 하는 거라 합니다. 십 수 년 전, 몸이 아파 병원에서 수술을 했는데 의사가 아무런 가망이 없다고 집으로 데려가라고 했습니다.


개울에서 빨래를 하다 ‘병원 하얀 차’가 마을을 지나 속장님 집으로 올라가는 걸 본 허석분 할머니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곧 무슨 소식이 있지 싶어 집에 와 두근두근 기다리는데 밤늦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다음날 올라가 봤더니,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쇠꼬챙이처럼 말라 뼈만 남은 몸을 방바닥에 뉘였는데, 상처 부위가 형편이 없어 정말 눈 뜨고는 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저렇게 몇 달이나 갈까 동네 사람들 모두가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그런 것이 벌써 십 수 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속장님은 건강하지를 못합니다. 조금만 일을 해도 숨이 차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해야 하는데, 그런데도 모자라는 일손 메꾸느라 밤늦게까지 일을 합니다.


그래도 그렇게 사는 것이 기적이라고 속장님 사정 아는 이들은 한결같이 그럽니다. 그런 속장님의 삶이야말로 ‘되살이’라는 것입니다.


속장님의 되살이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삶 또한 되살이일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허락받은 하루하루, 그게 어디 우리 것이겠습니까. 하루하루를 값없는 은총으로 받아, 우리 모두는 되살이의 삶을 살아갈 뿐인 것입니다. 


-<얘기마을> (1992년)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얘기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희네 소  (0) 2020.10.27
들꽃  (0) 2020.10.26
되살이  (0) 2020.10.25
어느 날의 기도  (0) 2020.10.24
죽이면 안 돼!  (0) 2020.10.22
제 각각 세상  (0) 2020.10.22
poste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