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22 우리는 가난합니다 한희철의 얘기마을(132) 우리는 가난합니다 “우리는 가난합니다.” 더는 허름할 수 없는 언덕배기 작은 토담집, 시커멓게 그을린 한쪽 흙벽엔 그렇게 쓰여 있었다. 또렷한 글씨, 5학년 봉철이었을까, 중학교 다니는 민숙이였을까, 누가 그 말을 거기에 그렇게 썼을까? 아까운 줄 모르게 던진 나뭇단 불길이 반딧불 같은 불티를 날리며 하늘 높이 솟고, 갑작스런 부음에 놀라 달려온 마을 사람들이 불가로 둘러섰을 때, 불길에 비친 까만 벽의 하얀 글씨. “우리는 가난합니다.” 보건소장님의 연락을 받고 작실로 올라갔을 땐, 이미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입으로 코로 흰 거품을 뿜으며 아무 의식이 없었다. 혈압 240-140. 손전등으로 불을 비춰도 동공에 반응이 없었다. 변정림 성도. 한동안 뵙지 못한 그를 난 그.. 2020. 11. 2. 귀를 순하게 하는 소리 신동숙의 글밭(266) 귀를 순하게 하는 소리 낮동안 울리던 귀를밤이면 순하게 슬어주던 풀벌레 소리 멈추고가을밤은 깊어갑니다 오늘밤엔 창문 틈으로 들려오는가을비 소리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우리의 귀를 순하게 하는 자연의 소리는 늘 가까이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멈추어 귀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어느 곳에서든 누구나 들을 수 있는 2020. 11.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