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젖

한희철의 얘기마을(137)


엄마 젖



“아무리 추운 날 낳았다 해두 송아질 방으로 들이면 안돼유. 그러문 죽어유. 동지슷달 추운 밤에 낳대두 그냥 놔둬야지 불쌍하다 해서 굼불 땐 방에 들이문 오히려 죽구 말아유.”


송아지를 낳은 지 며칠 후, 속회예배를 드리게 된 윗작실 이식근 성도님은 이렇게 날이 추워 송아지가 괜찮겠냐고 묻자 의외의 대답을 했습니다. 


“송아지는 낳아 어미가 털을 핥아 말려 주문 금방 뛰어댕겨유. 낳자마자 엄마 젖을 먹는데, 그걸 초유라고 하지유. 그 초유를 먹으문 아무리 추운 날이래두 추운 걸 모른대유, 초유 속에 추위를 이기게 해주는 그 무엇이 들어있대유.”


아무리 날이 추워도 갓 태어난 송아지가 어미 젖을 빨면 추위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이 신기하고도 귀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모두가 모유를 먹었지만 요즘이야 대부분 이런저런 이유로 우유가 모유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엄마 젖을 먹어 아무리 무서운 강추위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송아지 이야기는 사람도 다름 아닐 것입니다. 강추위(모진 고난)를 이길 수 있는 신비한 힘은 엄마 젖과 엄마의 젖을 먹는 신체끼리의 따뜻한 접촉에서 비롯되는 것이겠지요.


선입견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즘 아이들이 강인함을 잃어가는 것은 모유의 신비한 힘을 기대하지 못한 때문인 지도 모릅니다.


앵앵 칼날 바람 부는 겨울밤의 매운 추위도 어미 젖 빨아들여 잊고 만다는, 이식근 성도님이 들려준 갓 난 송아지 이야기는 마음에 새길만한 귀한 이야기였습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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