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사랑고백

한희철 얘기마을(155)


할아버지의 사랑고백



약주만 들면 교회에 들르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허리가 반으로 접힌 꼬부랑 할아버지입니다.


“내가 슬퍼.”


마음 아픈 일들을 장시간 이야기하기도 하고, 당신 살아온 이야기 하며, 마을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하고 싶은 대로 합니다.


나를 향한 호칭도 전도사님에서부터 목사님, 약주가 과한 날은 조카, 때론 자네가 되기도 합니다.


“난 자네가 좋아. 아들 같어.”


평소엔 일마치고 돌아올 무렵 주머니 가득 달래를 캐가지곤 “이런 거 어디 나는지 모를 것 같아 캐 왔다.”시며 건네주곤 하는데, 약주를 하시면 약주 기운에 “난 자네가 좋다.”고 그 어려운 사랑고백 술기운에 기대 하듯 거듭거듭 그 이야기를 합니다.


날 좋아한다는 고백이 누구로부턴들 반갑지 않겠습니까만 한 할아버지로부터 듣는 ‘자네가 좋다’는 고백은 그때마다 가슴 속 깊은 곳 말랐지 싶었던 샘에 샘물 고이게 합니다. 그 샘물 한 바가지 듬뿍 그 할아버지께 드리고 싶습니다.


뵐 때마다 왠지 목마르지 싶은 할아버지께.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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