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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12

신작로 잠 한희철의 얘기마을(179) 신작로 잠 변학수 아저씨가 신작로에서 3일 밤을 잤습니다. 도로 가장자리에 자리를 펴고 길바닥에서 잠을 잘 잤습니다, 더위가 심해 피서 삼아 그랬구나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만한 낭만이 고단한 이 땅에 남아 있지는 않습니다. 말리느라 길에다 널어놓은 고추들. 질컥질컥 짓물러지는 병과 허옇게 대가 마르는 희한한 병들, 온갖 병치레 끝에 딴 고추를 길가에 내다 말리며 혹시나 싶어 고추 옆에서 잠을 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입니다. 하나하나 먹거리에 배인 손길들 생각하면 어느 것 하나 가벼운 마음으론, 허튼 마음으론 대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총총 별 이고 길에서 잔 변학수 아저씨. 붉은 고추 속엔 고추보다 맵고 붉은 농부의 시간들이 담겨 있습니다. -.. 2020. 12. 21.
우리 마을 속옷 가게 신동숙의 글밭(292) 우리 마을 속옷 가게 아이들이 태어나서부터 걸음마를 떼기 전까지는 내복으로 사계절을 살았다. 조금 자라선 내복이 실내 활동복이 되기도 하다가, 어느날 문득 잠옷을 입히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찾아간 곳이 큰 도로 건너 우리 마을 속옷 가게다. 손쉬운 인터넷 쇼핑의 저렴한 유혹을 물리치고, 직접 가게로 발걸음한 이유는 직접 눈으로 보고, 옷의 촉감도 느껴 보고, 한 치수 큰 걸로 해서 잠옷이 주는 전체적인 감성과 아이들의 마음을 서로 짝을 지어주듯 직접 이어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서이다. 자라나는 몸이라고해도 적어도 한두 해 동안은 집 안에서 동고동락해야 하는 옷이 잠옷이 아니던가. 딸아이는 하절기와 동절기 계절에 따라서 잠옷을 바꾸어가며 늘상 입다보니, 나중엔 물이 빠지고 천이 해지.. 2020.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