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

한희철의 얘기마을(194)


촌놈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주머니들이 교회 마당에서 흙투성이 되어 놀던 규민이를 보더니 “어휴, 너도 촌에서 사니 별수 없구나!” 하며 한 마디씩 합니다. 마당에서 놀던 규민이는 동네 사람이 지나가면 그게 반가운지 꾸벅 말도 없이 인사를 하든지 손을 흔들어 대든지 합니다.


그러고 보니 규민이 꼴이 영락없는 촌놈입니다. 얼굴이며 손에 흙이 잔뜩 묻었고 신은 어디다 벗어버린 건지 맨발입니다. 헐렁한 옷차림과 밤송이 같은 머리가 그런 모습에 잘 맞아 떨어져 시골에서 막 자라는 촌티가 밸대로 배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아주머니들의 웃음 속엔 왠지 모를 반가움과 편안함이 담겨 있습니다. 다르지 않다는, 흘러가는 시간 속 결국은 같은 삶을 살게 되었다는 반가움과 안도감에 가까운 편안함이 말과 표정 속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그런 아주머니들의 말을 나 또한 편히 받습니다. 속마음이야 어쨌든 겉모습이 다르지 않는 삶을 산다는 건, 함께 사는 삶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싶기 때문입니다.


문득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생각납니다. 빈센트가 젊은 시절 탄광촌에서 목회를 할 때 아무리 외쳐도 무표정이던 사람들이 어느 날인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이야기를 듣기에 무슨 일일까 놀랐는데, 빈센트는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면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버려진 탄을 줍느라 시커메진 얼굴로, 시커먼 줄도 모르고 제단에 섰던 것입니다. 시커먼 얼굴이 되어 전하는 빈센트의 말을 광부들은, 시커먼 얼굴의 사람들은 비로소 눈여겨 들었던 것입니다.  


겉모습도 모습이지만 중요한 건 마음까지일 텐데, 아직도 가 닿지 못한 삶의 한자리를 아득히 느끼게 된 저녁이었습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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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하느님

신동숙의 글밭(304)


숨은 하느님





날숨으로 

날 비우는 빈탕마다


들숨으로 

들어오시는 숨은 하느님


태화강변을 산책하며

뭉텅뭉텅 날 덜어내는 

정화(淨化)의 순간마다


가지산을 오르며 

활활활 날 태우는 

회심(灰心)의 순간마다


그 어디든

숨쉬는 순간마다

숨은 하느님을 찾다가


호젓한 오솔길에

아무도 보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나는

겨울나무 곁에 나란히 서서

엎드려 하늘을 우러르는 가슴으로


가지끝 마른잎을 떨구듯

입을 가리운 마스크를 벗으면

깊숙이 들어오는 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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