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총까무리



아프기 잘하는 박종석 성도가 또 감기에 걸렸다. 해수병이라 말하는, 늘 바튼 기침을 하는 터에 감기가 걸렸으니 연신 된 기침이다. ‘크렁크렁’ 속에서부터 나오는 숨소리가 더욱 거칠다.


지난번처럼 또 혼자 누워 계셨다. 좁다란 방안 가득 산수유를 말리며 아랫목에 좁다랗게 누워 계셨다. 기도하고 마주 잡은 꺼칠한 손, 놀랍게도 그분의 엄지손톱은 V자 모양으로 움푹 패여 있었다.


산수유 씨 빼느라 손톱이 닳은 것이다. 새총 까무리, 깊게 패인 손톱을 보며 떠오른 건 어릴 적 새총까무리였다. 아기 기저귀 할 때 쓰던 노란 고무줄을 양쪽으로 묶어 만든 새총.

 


힘껏 고무줄을 잡아 당겨도 나무가 휘거나 부러지지 않아야 되는 Y자 모양의 튼튼한 나뭇가지를 우리는 새총 까무리라 불렀다. 새총 감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늘 그런 식인지도 모른다. 바튼 된 기침, 움푹 패인 손톱을 보면서도 어릴 적 새총을 떠올리는, 아픈 현실을 두고 낭만기를 키우는, 이곳에서의 내 삶의 방식은 늘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오는 길, 머릿속에 떠오른 건 움푹 팬 손톱보다도, 불에 그슬린 어릴 적 새총까무리였으니까. 젠장!

-<얘기마을>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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