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밤을 울었을까



저녁엔 그러려니 했는데 한밤중까지, 그리고 다음날 새벽에 깼을 때까지 엄마소는 울었다.


담벼락에 기대서서 지켜본 엄마소의 커다란 두 눈엔 눈물대신 서글픔이 고였다. 어제 송아지를 팔았단다.


‘낳자마자 혓바닥이 아프도록 핥아 젖은 털을 말려줬던 새끼. 쿡쿡 머리로 들이 받으며 아프게 젖을 빨아도 귀엽기만 했던, 그러다가 배가 부르면 내 곁에서 햇볕 쬐며 잠들던 내 새끼. 낳은 지가 얼마라고 한 마디 얘기도 없이 내 새끼를 팔았나. 산꼭대기 새로 개간한, 그 딱딱하고 거친 땅, 힘에 부치면 매를 맞아가며 하루 종일 갈았어도 싫은 맘은 정말 없었는데, 오늘은 싫다.’


소가 울었다. 
엄마소가 밤새 울었다.


얼마 전, 시골이 싫다며 세 살 난 아들과 이제 꼭 백일이 된 젖먹이 어린 딸을 버려두고 집을 나간 아기 엄만 어디서 숨죽여 울었을까.


몇 밤을 울었을까.
울었을까.

-<얘기마을>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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