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에게



兄,
신집사님 댁에 보일러를 놓았습니다. ‘눈구뎅이 빠지며 나무 가쟁이 꺾을’ 또 한 번의 ‘서러운 겨울’을 앞두고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兄의 믿음의 힘이 컸습니다. 하나님께 드릴 것 드린 것이라 당연하다 겸손하게 말하지만 어찌 그 당연함이 쉽기만 하겠습니까.


보일러를 놓은 방은 작은 한 칸 방입니다. 어린 아들 데리고 둘이 살아가는 좁다란 방입니다. 그 좁은 방에도 서러움은 많고, 한 겨울 주인처럼 찾아드는 추위를 두곤 생각도 많았는데, 이젠 그런 눅눅하고 무거운 마음도 많이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 한 달 일한 품값 받으면 밀린 빚 갚고, 연탄 좀 들여 놓을 수 있고, 남은 시간 또 일하면 겨울 지낼 양식 장만은 가능할 거라시며 신집사님은 모처럼 든든하십니다.


작은 키에 움츠린 어깨, 왠지 안쓰러웠던 집사님 걸음에 모처럼 활기 넘쳐흐릅니다. 늘 그렇지만 이렇게 장만된 보일러는 좁다란 방 한 칸이 아니라 어렵게 살아가는 집사님의 서러운 생을 데우지 싶습니다.


그게 믿음의 힘이지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兄.
그 나눔이.

-<얘기마을>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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