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01 바치다 쌀이며 담배며 콩이며, 그동안 지은 농작물에 대한 수매가 있었다. 늘 그래왔던 대로 원하던 양도 아니었고 기대했던 가격에도 미치지 못했다. 잠깐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농촌에선 유일하게 만져볼 수 있는 목돈의 기회이기도 하다. 쌀 미(米)자는 원래 八과 八을 합쳐 놓은 글자, 88세를 米壽라 한다. 쌀 한 톨 먹으려면 농부의 손 여든여덟 번이 가야 한다. 농사 중 가장 많이 손 가는 게 잎담배농사라 하니, 담배는 여든여덟 번 손 가는 쌀보다도 더 손이 가는 셈이다. 재처럼 작은 씨를 모판에 심을 때부터, 몇 번이고 같은 빛깔, 같은 상태의 잎을 추리는 조리에 이르기까지 여간한 많은 품이 드는 게 아니다. 이곳에선 수매하는 일을 ‘바친다’고 한다. 잎담배 수매에 응하는 걸 ‘담배 바친다’고 한다. ‘바친다’라.. 2021. 10.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