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21 새들에게 구한 용서 펑펑 싫도록 눈이 옵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동네가 솜이불 뒤집어 쓴 듯 조용합니다. 옹기종기 모인 짚가리가 심심한 빈들, 새들만 신이 났습니다. 온 세상 조용한데 니들만 신났구나, 빈정거리듯 돌아서다 다시 돌아서 죄 지은 듯 새들에게 용서를 빕니다. 새들은 신이 난 게 아니었습니다. 흰 눈 속에 파묻혀 사라져버린 먹을거리, 먹이를 찾아 애가 탔던 겁니다. 늘 그러했을 내 눈, 쉽게 바라보고 쉽게 판단하고 말았을 지금까지의 눈, 화들짝 부끄러워 눈 덮인 빈들, 소란한 새들에게 용서를 빕니다. - 1991년 2021. 11.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