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젖

 

조영석의 『사제첩麝臍帖』 중 <젖 먹는 송아지>



“아무리 추운 날 낳다 해두 송아질 방으로 들이면 안 돼유. 그러믄 죽어유. 동지슷달 추운 밤에 낳대두 그냥 놔둬야지, 불쌍하다 해서 군불 땐 방에 들이믄 외려 죽구 말아유.”


송아지를 낳은 지 며칠 후 속회예배를 드리게 된 윗작실 이식근 성도님은 이렇게 날이 추워 송아지가 괜찮겠냐는 질문에 의외의 대답을 했습니다.


“송아지는 낳아 어미가 털을 핥아 말려 주믄 금방 뛰어 다녀유. 낳자마자 엄마 젖을 먹는데 그걸 초유라구 하지유. 그 초유를 먹으믄 아무리 추운 날이랙두 추운 걸 모른대유. 초유 속에 추운 걸 이기게 해 주는 뭔가가 들어 있대유.” 


웃어른께 들었다는 이야기를 마저 들려주었습니다. 아무리 날이 추워도 엄마 젖을 빨면 추위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이 신기하고도 귀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모두가 모유를 먹였지만 요즘이야 대부분 이런저런 이유로 우유로 모유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엄마 젖을 먹어 아무리 무서운 강추위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송아지 이야기는 꼭 송아지 일만은 아니어서 사람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강추위(모진고난)를 이길 수 있는 신비한 힘은 엄마 젖과 엄마 젖을 먹는 신체끼리의 따뜻한 접촉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고난 앞에서 강인함을 잃어가는 것은 모유의 신비한 힘을 기대하지 못한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앵앵 칼날 바람 부는 겨울밤의 매운 추위도 엄마 젖 쑥 빨아들여 잊고 만다는, 이식근 성도님이 들려준 갓 난 송아지 이야기는 신기하고도 귀한 가르침이었습니다.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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