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행버스 풍경



귀래를 돌아 원주로 나가는 직행버스.
남은 자릴 하나 두고 노인네 몇 분이 싸우듯 양보한다.
백발에 굽은 허리, 제법 긴 수염에 허전하게 빠진 이. 


그만그만한 노인네 몇 분, 
서로가 서로에게 측은한지 서로를 잡아당긴다.


일어날 젊은이 없는 직행버스가 빈자리 하날 두고 

힘겹게 양아치 고개를 넘는다.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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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땅

 



지친 내 마음이 안길 곳을 찾아서
바다로 가는 물안개처럼 흘러서 간다

떠도는 내 마음이 기댈 곳을 찾아서
산으로 가는 산안개처럼 흘러서 간다

그러나 나의 안길 곳은 바다가 보이는 집이 아니오
나의 기댈 곳은 깊은 산골 오두막이 아니오

그리고 나의 안길 곳은 정다운 가족이 아니오
나의 기댈 곳은 믿음직한 벗도 아니오

지친 내가 기대어 안길 곳은
산의 고독과 바다의 침묵을 닮은

고독과 침묵으로 
오늘을 맴돌다가 잠시 멈춘 

무리를 떠나 홀로 산을 오르시는
예수의 고독처럼 흐르는

카필라 왕궁을 떠나 온세상을 떠돌다가 비로소 앉은
보리수 나무 아래 석가모니의 침묵처럼 흐르는

그 좁은길로 흘러서 하늘문을 여는 이곳
지금 바로 내가 앉은 이 한 폭의 땅 뿐이오

풀잎처럼 두 다리를 포개어
평화의 숨을 고르는 

꽃대처럼 허리를 세워
평화의 숨을 고르는

꽃잎처럼 머리에 하늘을 이고
평화의 숨을 고르는

이 한 폭의 땅에서
평화의 땅으로 걸어가는

평화의 숨이 내딛는 걸음마다
깊이 뿌리내린 하늘의 평화가 숨쉬는

한 폭의 땅
한 포기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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