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소중한 자리



“커피를 타고 있을 때만큼 편안한 시간은 없다”고 태자아저씨가 그랬습니다. 음악이 좋아서, 그보단 사람이 좋아서 경력도 붙을 만큼 붙은 좋은 직장 하루아침 그만두고 찻집을 차린 아저씨.


‘나잇살이나 먹어 커피나 타고 있다’고 흉볼지 모르지만, 그래도 당신은 그때가 제일 편하고 좋은 시간이라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많은 걸 느끼고 많은 걸 배웁니다.

지난 늦가을, 새벽부터 쏟아진 장대비를 우산도 없이 맞으며 광철 씨는 이른 아침 일을 나갔습니다. 김장 무 뽑으러 간다고 전날 해 놓은 약속 때문에 조귀농, 그 먼 길을 찬비 맞으며 나선 것입니다.


그만한 비엔 일을 미룰 만 하고, 안 나가도 비 때문이려니 할 텐데 광철 씬 길을 나섰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 하나처럼 비쩍 마른 몸 이끌고 비척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를 알아본 학래 아빠가 차를 세우자 젖은 몸으로 차를 타면 차가 버린다며 그냥 가라 했다는 광철 씨. 그의 삶을 사랑합니다. 한껏 안고 싶습니다.

삶이 어려운 게 아니라고, 흔치 않은 생의 거룩함이 먼 곳에 있지 않다고 그분들은 가르쳐줍니다. 발 딛고 선 이곳, 생의 소중한 자린 언제나 그 자리임을 머리 숙여 배웁니다.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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