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함께 탄 버스



“그래두 지난해 봄부터 가을까정 품도 팔구 해서 쪼끔씩 쪼끔씩 뫄 둔 게 있었어유. 그래두 그게 몇 만원은 돼 두 늙은이 이럭저럭 썼지유.”


버스정류장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부론 지나 흥호리에 살고 계신 할머니였는데 친척 되는 분 생일이라 잠시 다녀가는 길이었습니다.


할머니께 들으니 올해 72세 되신 할아버지는 앓아 누우셨습니다. 그렇게 건강할 수가 없었던 할아버지가 웬일인지 2년 전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이젠 아예 누워 바깥출입조차 못하시고 계십니다.


“그냥 저냥 지내다 살문 살구 죽으문 죽구 하는 거지 뭐, 별 수 있나유. 돈이나 있으문 냉큼 병원으로 모셔서 되나 안 되나 치료나 받았으믄 딱 좋겠구먼.” 


그저 두툼할 뿐인, 제법 낡은 털 스웨터. 듣는 얘기 탓인지 할머니가 더욱 추워 보입니다.
“자식들유? 3남 2녀 있긴 있지유. 다 나가 지들 밥 벌어 먹고 살기두 바빠유. 명절 때나 들리군 하지유.” 


젖은 건 할머니 두 눈가만이 아닙니다. 나직한 목소리도 젖어 있습니다. 괜한 것들을 여쭸지 싶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직행버스, 먼저 오르며 할머니 차비까지를 계산합니다. 할머니 옆에 앉아가며 더 이상 아무 얘기도 꺼내지 못하고 창밖만 내다봅니다. 어르신들이 겪는 아픔이 내 동네 일 만이 아님을 새삼 확인합니다.


이 땅의 봄은 얼마나 아득한 것인지.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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