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생의 글씨 찾기



어릴 적 했던 놀이중 하나는 글씨 찾기였다. 술래가 딴 데를 보고 있는 사이 땅바닥에 글씨를 새겼다. 


땅을 판판하게 고른 후 막대기를 가지고 글씨를 새겼는데, 글씨를 새긴 후에는 다시 새긴 글씨를 덮어 발로 꾹꾹 밟아 글씨를 지웠다. 그리고 나면 술래가 나서 새긴 글씨를 찾는 놀이였다. 


조심조심 손으로 흙을 쓸다보면 조금씩 새긴 글자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렇게 새긴 글씨를 맞춰내면 술래가 바뀌곤 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나면 이내 땅거미가 찾아들고, 그리고 나면 하늘엔 하나 둘 별이 돋기 시작한다. 먼저 불 밝힌 별이 옆 자리 별에게 불 건네주는 듯. 하나 둘 별빛이 번져간다.


-난 꺼졌어. 다시 한 번 줘.


교회 계단에 앉아 별빛 번져가는 초저녁 하늘을 바라보다 어릴 적 글씨 찾기 놀이를 생각한다.


숨겨진 글자를 찾아내듯 조심스레 뜨는 별. 내 생(生)에 새겨진 글자는 무엇일지. 내게 주어진 시간 위에 새겨진 글자는 무엇일지. 


조심조심, 땅 위에 새긴 글씨 찾기 위해 흙을 쓸어 내렸듯 그렇게 생을 보듬고 싶다. 마침내 드러날 생의 의미.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생의 글씨 찾기.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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