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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호의 '너른마당'

왜 근본주의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by 한종호 2015. 2. 20.

한종호의 너른 마당(10) 

왜  근본주의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뭐든 문제는 언제나 근본적인 차원으로 들어가야 제대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근본을 따지는 것은 올바른 인식 태도다. 곁가지만 쳐서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도 없고, 어떤 원칙을 똑바로 세울 수도 없다.

우리의 교육도 그런 점에서 근본에 대한 성찰보다는 암기와 당장의 실용적 가치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 이러다보니까 정작 따지고 들어야 할 바보다는 피상적인 사고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근본이 없는 교육이다.

근본이란 한자로 쓰면 뿌리 근()에 기원 또는 밑바탕이 된다는 본()을 쓴디. 뿌리나 밑바탕이나 기원이나 다 마찬가지 뜻이다. 모든 게 다 뿌리로부터 출발해서 겉모양이 드러나게 되어 있으니 겉으로 뭘 판단하는 것은 반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출발점의 전모를 모르는 것이 된다.

예수께서도 언제나 근본에 대한 질문을 던지셨다. 하나님의 나라란? 사랑이란? 용서란? 이런 식의 질문들은 모두 근본적인 원칙에 대한 개념 정리와 관련이 있다. 예수께서 바리새파나 율법학자들을 비판하셨던 까닭도 모두 이 근본에서 이탈한 삶에 대한 질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근본에 대한 생각이 바로 되어 있는 것은 종교에서는 더더욱 중요한 과제가 된다. 형식만 본뜨거나 내용은 제대로 없는 채로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방식은 모두 근본을 내버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루터의 종교개혁도 그리스도의 신앙, 그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외침 아니겠는가.

보수주의라고 하는 것도 그 개념의 기초는 근본을 지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보수주의는 근본을 위협하고 있는 사태에 대한 원칙의 방어이다. 당연히 이러한 보수주의가 없으면 근본은 훼손당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근본주의는 기독교의 경우 더더군다나 앞세워야 할 태도라고 할 수 있으며, 마땅히 선택해야 할 가치라고 할 만 하다. 근본을 버리고서 무엇이 되겠는가?

 

 

 

그런데 왜 이 근본주의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당연히 문제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종교적 근본주의는 그것이 돌아가려고 하는 근본과 지켜내려고 하는 보수적 가치가 종교의 진정한 근본과는 완전히 대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근본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근본을 파괴하고 있다.

말만 근본주의이지 실제로는 근 본파멸의 이념과 주장이다. 아니, 자기들만 근본이고 남들은 모두 사라지게 해야 할 악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이들 종교적 근본주의는 자기들의 기득권과 권력, 주장 이 모든 것을 근본이라고 만들어 놓고, 그걸 단단하게 굳히기 위해 무엇이든 하고 만다. 목적이 이미 신성하다고 설정되어 있으니 수단은 뭘 동원해도 되는 것이다.

IS로 대변되는 이슬람 근본주의는 이슬람의 권력 자체를 근본의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일체의 다른 가치나 존재의 존엄성은 이 앞에서 무너져야 할 것들이 된다. 미국의 패권주의도 근본주의 이데올로기이다. 자기들만 근본이고 나머지는 그 근본에 복종해야 할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국에 저항하면 진압하는 정책 외에는 없게 된다. 이들 이슬람 근본주의나 미국의 패권적 근본주의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 인류에 대한 헌신, 다른 존재에 대한 존중 등은 없다. 그런 것은 자신들의 근본주의를 실현하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기독교 근본주의도 다를 바 없다.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적대감과 우월감, 그리고 승리주의일 뿐이다. 이들이 지키려는 것은 예수의 사랑의 복음이 아니라 교권의 패권체제이다. 자기들이 모아놓은 권력과 재물 그리고 사회적 기득권일 뿐이다. 이들은 이걸 근본주의로 만들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세력은 모두 기독교의 근본에 도전하거나 위협하는 존재처럼 만들어 버리고 만다.

오늘날 한국의 보수주의 세력은 거의 모두 이런 근본주의 이데올로기로 무장하고 있다.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켜내기 위해 근본이라는 말로 그걸 포장하고 감싸서 감히 도전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 세력은 모조리 신앙의 근본을 어지럽히는 자들이라고 지목한다. 마치 과거 조선조의 유학도 이렇게 근본주의 이데올로기로 무장해서 자신들과 다른 세력을 이단사설로 몰고 죽여 버렸던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예수께서 말씀 하신 믿음의 근본은 무엇인가? 자신을 버리고 남을 위해 살라는 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소멸시키고 타자를 위한 삶에서 자신을 재구축 하라는 것이다. 이게 근본이다. 썩어 없어지는 밀알 하나로 열매 맺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현실의 근본주의는 남들을 희생시켜 자신을 살찌운다. 한국 보수교회들의 근본주의적 타락이다. 이들은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켜내기 위해 온갖 악행을 다하고 있다.

기독교의 진정한 근본을 되물어야 한다. 근본, 뿌리라는 좋은 말을 망가뜨린 책임을 근본주의 세력들에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근본이라는 말을 우리가 되찾아 와야 한다. 근본이 없는 자들이 근본주의를 내세우고, 근본이 있는 이들이 근본주의를 반대하고 있는 이 기묘한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 기독교 신앙의 근본은 사랑 아닌가? 이걸 이단 심판으로 변조시킨 자들은 거꾸로 하나님의 심판을 받지 않을까?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고 있으니 말이다

 

한종호/<꽃자리>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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