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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

아들 입에 달라붙은, 욕(辱)

by 한종호 2019. 12. 20.

신동숙의 글밭(35)

 

아들 입에 달라붙은, 욕(辱)

 

4학년이 된 아들에겐 갈수록 늘어나는 게 있답니다. 먹성과 욕(辱)이랍니다. 어디서 배운 건지, 어디서 들은 건지 아주 입에 찰싹 달라붙은 욕은 떨어질 줄을 모른답니다.

 

"수박을 먹을 때는 씨발~라 먹어어"
"시바 시바 시바새키"
"스파시바"

 

욕은 아주 신나는 노래가 되어 흥까지 돋웁니다. 해학과 풍자의 멋을 아는 한국 사람 아니랄까봐요. 그럴수록 엄마의 마음도 같이 기뻐해야 되는데, 도리어 점점 무거워만집니다.

 

뭔가 바르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일 테지요. 엄마의 잔잔한 가슴에 마구 물수제비를 뜨는 아들의 욕. 참, "스파시바"는 욕이 아니라며 능청스레 당당하게 알려주기까지 합니다. 러시아 말로 "감사합니다" 라는 뜻이라면서요. 그러면서도 입에선 ㅅㅅㅅ 시옷이 호흡처럼 노래가 되어 흘러나옵니다.

 

그러지 마라고 타일러도 보고, 욕을 하면 밥을 안준다며 운동 학원을 안보내준다며 협박도 해보지만, 그것도 잠시 그때 뿐입니다. 기세등등 아주 엄마 머리 위에서 놀려고 들지요. 왠지 기분이 상한 채 학교에서 돌아오는 날엔 시옷이 입에서 춤을 춥니다. 노래가 되고 춤이 되는 아들 입에 달라붙은 욕.

 

옆에서 들으니 아들이 틈틈이 보는 유튜브의 인기 유튜버 형들의 입에선 억센 말들이 거침없이 튀어나옵니다. 요즘 아들의 주관심사는 먹방, 강아지, 양궁입니다. 볼을 실룩이며 오물오물 먹는 입을 보면 그저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아들이지요. 엄마보다 몸무게가 더 많이 나가지만 엄마는 번쩍 들어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늘 일어나는 귀여운 얼굴이지요.

 

아들의 입에서 욕이 침 튀듯이 튀어 나올 때면, 모른 척하기도 해보지만 그럼에도 흐르는 시냇물처럼 시끌시끌 그칠 줄 모르는 욕. 그래서 엄마도 이에 상응하는 욕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답니다. 아들의 입에서 시옷이 마구 튀어나올 때, 엄마도  시옷으로 마구 대꾸해주기로요.

 

 

 

이 사랑하는 사람아
사랑둥이
사랑둥둥아

사랑동이
사랑동동아
이 사랑하는 사람아
(하나님) 자녀야

 

이렇게 시옷이 가득 들어간 '사랑욕'을 잔뜩 들은 아들은 잘 들었는지 안들었는지, 가만히 곁에 있다가 별 말없이 그냥 지나간답니다. 이렇게 사랑욕을 하고 난 후 무엇보다 좋은 건 엄마의 마음입니다. 아들의 콩돌 같은 욕으로 한순간 땡글하게 뭉쳤던 쓴마음이 흐르는 물처럼 스르르 풀린다는 점입니다. 후유증 없이 즉석에서 효과 빠른 엄마의 '사랑욕'이지요. 운율에 맞추어 노래가 되기도 하고요. 아무리 그래도 자녀를 믿고 맡길 분은 하나님 밖엔 없답니다.

 

* (  )안에는 주어진 여건과 상황에 따라서 하나님, 부처님, 내,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우리, 한국의 등등으로 바꾸어 뭐든 들어갈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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