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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공공장소 흡연 범칙금

by 한종호 2020. 5. 5.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74)


공공장소 흡연 범칙금


이야기는 마음속에 시간 속에 묻혀 있던 많은 기억들을 불러낸다. 운전 중 교통경찰에게 걸리면 면허증 뒤에 오천 원을 함께 건네던, 그러면 서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되던,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였다. 막상 이야기가 시작되자 별별 경험담들이 이어졌다. 같은 시절을 보냈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것, 깔깔거리며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어 나도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단강에서 목회를 할 때였다. 원주에서 단강으로 들어오는 길 중의 하나는 양안치 고개를 넘는 것이었다. 지금은 터널이 뚫리고 길이 시원하게 뻗었지만, 당시만 해도 구불구불 뱀 지나간 자리 같았다.

막 고개를 넘어서서 내리막길을 탔을 때 내 차를 가로막은 것이 느릿느릿 가는 트럭이었다. 나무토막을 지나칠 만큼 높이 실었는데 나무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몹시 위태해 보였다.  코너를 돌 때면 와르르 쏟아질 것 같았다. 누가 봐도 그 뒤를 따라가는 것이 위험한 일이었다. 편도 1차선 도로, 저 앞에 마주 오는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추월을 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였다. 고개를 다 내려섰을 때 길가에서 내 차를 세우는 이가 있었다. 교통경찰이었다. 경찰은 내게 다가와 경례를 하며 말했다. 


“언덕을 내려오다가 추월을 했지요?”
“그랬습니다. 나무를 잔뜩 실은 차가 위태하게 가고 있어서요.”
“하지만 그곳은 추월금지구역입니다. 도로 가운데가 실선이잖아요. 교통위반 딱지를 떼야겠습니다. 면허증을 주시지요.”   


아우처럼 보이는 젊은 경찰과 말다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 성격에 돈을 주는 것은 더욱 못할 일이었다. 선선히 면허증을 건넸다. 상황으로 보자면 얼마든지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 같은데도 선뜻 면허증을 건네자 오히려 경찰이 당황하는 듯했다. 단속일지에 내용을 적던 그가 면허증을 보며 내게 물었다.


“부론면에 사세요?”


그렇다고 하자 자기 고향도 실은 인근이라며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했다. 양안치 고개 꼭대기에서 내 차가 추월하는 것을 보고 동료 경찰이 알려주어 단속을 했기 때문에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며 괜히 미안해하기까지 했다. 결국은 딱지를 뗐다. 면허증과 딱지를 건네며 그가 말했다.


“대신 제일 싼 걸로 끊었어요.”


며칠 뒤 원주에 나간 김에 범칙금을 내기 위해 은행에 들렀다. 줄을 서서 기다리며 지갑에 넣어두었던 딱지를 꺼내 훑어보던 나는 기겁을 하며 놀라고 말았다. 그가 부과한 벌금은 5천원이었다. 벌금통지서엔 벌금사유가 적혀 있었는데, 사유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던 것이다.  

 
‘공공장소 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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