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06)
선인장의 인사
목양실 책상 한 구석에는 선인장 화분이 놓여 있다. 예전에 권사님 한 분과 화원에 들른 적이 있는데, 그 때 권사님이 사준 화분이다. 권사님은 가게에 둘 양란을 하나 사면서 굳이 내게도 같은 화분을 선물하고 싶어 했다.
그런 권사님께 양란 대신 사달라고 한 것이 양란 옆에 있던 선인장이었다. 이내 꽃이 지고 마는 난보다는 가시투성이지만 오래 가는 선인장에 더 마음이 갔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생명력이 마음에 더 의미를 부여할 것 같았다. 바라볼 때마다 인고를 배울 수 있다면 싶기도 했다. 값 차이 때문이었던지 한동안 양란을 권하던 권사님도 내 생각을 받아주었다.
어느 날 보니 선인장이 새로운 줄기를 뻗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음이 났다. 선인장이 “안녕!” 하면서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너무나 반가워서 손을 들며 환호성을 지르는 것 같았다.
식물과 나누는 교감, 잠깐 보기 좋은 꽃보다도 오래 두고 바라볼 선인장을 택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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