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오의 건강한 작은 교회 이야기(5)
“단순함”은 본질에 대한 추구다
- 세 가지 핵심가치1 “단순함” -
나는 지난 번 글에서 건강한 작은 교회가 지향해야 할 핵심가치는 “더불어 함께”이며, 이를 우해서 “단순함”과 “작음”을 지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제는 순서대로 단순함, 작음, 더불어 함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려고 한다.
현재 한국교회는 세 가지 면에서 복잡하다. 첫째는 교리적으로 복잡하다. 어거스틴은 “본질에는 일치를, 비본질은 다양성을, 이도저도 아닌 것에는 자유를”이라고 했다. 그런데 현제 한국교회에서는 본질이 아닌 것까지도, 마치 율법을 수백 가지 규칙으로 세분화해 성도들을 옥죄었던 바리새파와 같이 너무 복잡하게 불필요하게 교리를 만들고 적용해 성도들의 신앙과 삶에 다양성과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
둘째는 프로그램적으로 복잡하다. 한국교회에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보급되고 시험되고 있다. 대개의 프로그램들은 신앙의 본질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의 성숙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회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전략과 방법이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그리스도의 온전함까지 자라감으로 신앙과 삶이 성숙해야할 성도들은 온갖 프로그램을 쫓아가느라, 교회를 중심으로 시간과 역량을 소비하고, 다시 교회 내 재생산을 위해 사용된다.
셋째는 조직적으로 복잡하다. 조직은 사명과 비전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적절해야 한다. 조직을 사람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성장을 위한 효율성 극대화의 목적으로 구성한다면 일반 기업과 다를 바가 없다. 더구나 조직은 복잡하면서 권한은 독점되어 분산되지 않는다면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소통을 제한하게 된다. 교회 조직은 개인의 성숙과 진실한 공동체를 이루기에 적절해야 한다.
단순함(simple)의 사전적인 의미는 “이해하기 쉬운, 소박한, 있는 그대로의, 자유로운, 신중한, 일반적인” 등이다. 즉, 단순하다는 것은 원래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손봉호 교수는 ‘단순한 삶’(simple life)은 그리스도인 개인적으로는 “정직, 검소, 절제, 나눔”을 실천하는 삶이라고 제시한다.(기윤실 설립 취지문 중) 짐 월리스는 “단순한 삶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비참하게 가난한 삶을 살자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와 삶의 태도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한다.(《가치란 무엇인가》, IVP)
우리는 무엇을 더 갖고, 무엇이 되는 것, 소위 “성공과 번영”을 ‘축복’으로 아는 세상에서 어떻게 단순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그것은 ‘단순한 믿음’(simple faith)에서 나온다. 하나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단순하게 믿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욕심을 내려놓고, 주위의 평가와 체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단순하게 믿기 위해서는 특정인에 의해 해석되어 강제되는 말씀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경을 읽고, 스스로 성경을 깨달아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은 기본적으로 성경은 최소 1년에 1독 이상을 해야 한다. 성경을 1독해야 한다는 것은 교조적 의미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 뜻도 모르면서 그저 숫자를 채우기 위해, 무슨 주문서 읽듯이 읽는 것을 읽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내용과 뜻을 생각하며 읽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회는 스스로 읽고, 깨닫고, 가르칠 수 있도록 성경공부의 기회를 만들어 진행해야 한다.
단순한 믿음에서 ‘단순한 실천’(simple practice)이 나온다. 信行一致! 교회는 구원받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단순하게 믿고, 단순하게 실천함을 통해 단순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명과 비전을 세우고, 운영 방향을 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면 그 교회는 원래적이고 본질적인 ‘단순한 교회’(simple church)가 된다.
세이비어 교회는 이를 “내적영성과 외적실천”이라고 표현한다. 일을 위한 일, 실천을 위한 실천이 아니라 내적영성의 충만함이 넘쳐서 행해지는 외적인 실천은 단순한 믿음에서 나오는 단순한 실천을 통한 단순한 삶, 이런 내적영성이 교리적, 프로그램적, 조직적으로 단순하면서도 적확하고 분명하게 실천하게 한다.
이진오/더함공동체교회 목사, 교회2.0목회자운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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