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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바퀴 없는 차

by 한종호 2020. 7. 10.

한희철의 얘기마을(21)


바퀴 없는 차


“집사님, 교회에도 밭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작실 속회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 길 옆 널따란 무밭을 지나며 동행했던 김영옥 집사님께 말했다. 


“밭은 뭐하게요?”

“농사짓게요. 돈벌이가 되는 농사를 져서 마을 분들에게 보급했으면 좋겠어요.”


농촌교회가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일이 그것이지 싶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좋죠. 그렇지만 땅 살 돈이 있나요?”


그러시더니 잠깐 사이에 웃으며 한 마디를 보탰다. 


“전도사님 그때까지 계시겠어요? 되도 몇 년 후에나 가능할 텐데요.”



집사님 말 속엔 오늘의 농촌 교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담겨있다. 막연히 견디기엔 너무도 열악한 조건, 교회가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 중 큰 것은 마을 사람들의 생활 향상을 위해 보다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농촌 교회의 형편은 그저 급한 앞가림하기에 급급하다.


또한 어려운 속에서도 진득이 참으며 낙심치 않고 희망의 씨앗을 뿌릴 사람, 허락하신 부름을 감당할 이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저 안수받기 위해 거쳐 가는 곳이 되기 일쑤이다. 군 제대하듯, 일정 기간 버티다가 떠나버리는.


이제 3년 여 지낸 나로서도 그 일이 쉽지 않다는 걸, 모두 떠난 땅에 ‘소리새’ 되어 남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가슴 깊이 느낀다. 


돈과 사람, 믿음이라는 수레를 끌 수 있는 현실적인 바퀴 두 개가 그것이라면 농촌 교회는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 건지. 


 <얘기마을>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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