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19)
모두를 같은 품에 재워
오늘도 해는 쉽게 서산을 넘었다.
말은 멍석 펴지듯 노을도 없는 어둠
산 그림자 앞서며 익숙하게 밀려왔다.
밤은 커다란 솜이불
모두를 덮고 모두를 집으로 돌린다.
몇 번 개들이 짖고 나면 그냥 어둠 뿐,
빛도 소리도 잠이 든다.
하나 둘 별들이 돋고
대답하듯 번져가는 고만고만한 불빛들
저마다의 창 저마다의 불빛 속엔
저마다의 슬픔이 잠깐씩 빛나고
그것도 잠깐 검은 바다 흐른다.
그렇다.
밤은 모두를 같은 품에 재워
날마다
살아있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일으킨다.
검은 바다를 홀로 지난 것들을.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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