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56)
세속적 욕망의 무게를 줄이지 않고는
* 하나님은 덧붙임을 통해서가 아니라
덜어냄을 통해서만 영혼 안에서 발견됩니다.
나무들은 겨울이 다가오면 제 몸의 무게를 덜어냅니다. 이파리로 향하던 수분을 뿌리로 보내어 겨울나기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수분이 빠진 잎은 울긋불긋 물들어 떨어지고 맙니다. 물론 나무들이 지상에 노출된 가지에서 수분을 덜어내는 이유는 동사(凍死)를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지요.
나무들은 그렇게 제 몸의 것들을 덜어냄으로써 겨우살이를 대비할 뿐만 아니라 파릇파릇 잎새가 피어날 새 봄을 준비합니다. 자연의 아름다운 순리(順理)지요. 나무들은 이 순리를 거스른 적이 없습니다. 덜어냄을 통해서 나무들이 새 생명의 날을 준비하듯이, 우리 인생에도 덜어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땅 위의 것들을 자꾸 덧붙임으로서 세속의 욕망을 채우려는 이는 그 영혼이 날로 앙상해질 뿐입니다. 욕망의 전차에 싣고 가는 지상의 양식으로는 영혼을 살찌울 수 없습니다. 인간은 덜어냄을 통해서만 자기 속에 현존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덜어냄, 즉 자발적인 금욕은 우리의 영적 성장을 돕습니다.
피둥피둥 살찐 새가 하늘을 나는 것을 보지 못한 것처럼, 세속적 욕망의 무게를 줄이지 않고는 하늘을 나는 비상(飛翔)의 기쁨을 누릴 수 없습니다.
고진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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