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의 겨울방학을 마치며 햇살 놀이방엔 식구가 한 사람 늘었습니다. 조귀농에 사는 창규가 새로 온 것입니다. 또래가 없어 늘 혼자 지내는 어린 아들의 모습을 딱하게 여기던 창규 아빠가 햇살놀이방 이야기를 들었다며 교회를 찾았습니다. 흔쾌히 수락을 했고, 그날부터 창규는 아빠의 트럭을 타고 아침마다 놀이방에 오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들어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어떡하나, 창규 성격이 사납다던데 아이들과 싸우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이 되었지만 모두가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걱정했던 창규의 사나움은 낯선 친구들과도 서슴없이 어울리는 활달함으로 표현됐고, 놀이방 아이들도 새로 온 친구를 이내 친한 친구로 맞아 주었습니다. 그런 면에선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것이 적지가 않습니다. 밖에서 혼자 노는데 익숙했던지라 놀이방 안에 들어가길 꺼려해 한동안 애를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창규는 생각보다 빨리 햇살가족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 놀이방 선생님이 아파서 이틀 못 온 적이 있었습니다. 아내가 있을 때는 선생님의 빈자리를 메웠지만 산후 조리 중, 그럴 수도 없었고 집집마다 전화를 해서 사정을 알렸습니다. 그런데도 창규는 아빠 트럭을 타고 놀이방에 왔습니다.
“창규가 자꾸만 가자고 해서 할 수 없이 왔어요. 아침만 되면 친구들한테 데려다 달라고 얼마나 조르는지, 쉬는 날도 그냥이라도 왔다 가야 해요. 그래야 창규가 가만있어요.”
혼자 놀 줄 밖에 모르던 한 아이가 친구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고, 필요로 하게 되는, 함께 살아가는 삶의 즐거움을 소중한 마음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얘기마을> (1992년)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얘기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봉오리 (0) | 2021.02.15 |
---|---|
사진집 (0) | 2021.02.14 |
요란한 것과 조용한 것 (0) | 2021.02.12 |
정균 형, 그 우직함이라니 (0) | 2021.02.11 |
어떤 새 (0) | 2021.02.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