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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

유대인의 유월절(1)

by 한종호 2015. 3. 23.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7)

 

유대인의 유월절(1)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명절은 무엇일까? 두말할 나위 없이 유대인의 유월절이다. 유월절은 무려 3,500년이나 된 명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대인의 명절 가운데 가장 큰 명절은 무엇일까? 역시 유월절이다. 유월절은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한 사건을 기념하는 유대인 최대의 명절이다. 유월절은 유대력으로 니싼월 15일에 시작되며 7일 동안을 명절로 지킨다.

 

첫째 날과 마지막 날을 ‘욤 토브’라 부르며, 이날에는 일을 못하도록 규정하여 완전한 공휴일로 지킨다. 중간의 5일간은 ‘홀 하모에드’라 부르며, 반공휴일로 일하는 것이 허용된다. 중간의 5일간 대부분의 유대인은 정상 근무한다. 그러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은 8일간을 명절로 지킨다. 이들은 8일 중에 처음의 이틀과 마지막의 이틀을 포함한 4일간을 ‘욤 토브’로 지킨다. 유월절은 부활절과 시기적으로 비슷한 때에 겹쳐지는데, 예수님께서 유월절이 끝나는 안식 후 첫날에 부활하셨기 때문이다. 유대인의 절기는 음력을 따르기 때문에 보통 부활절을 전후하여 유월절이 오게 된다.

 

 


<By Illustrators of the 1897 Bible Pictures and What They Teach Us
by Charles Foster , via Wikimedia Commons>

 

유월절에 대한 추억

 

이스라엘 유학 시절의 일이다. 당시 만 3세의 고은이(필자의 딸)는 유대인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하루는 고은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와 신이 나서 말했다. “아빠, 이거 내가 학교에서 만든 빵인데 먹어 보세요.” 가만히 살펴보니 밀가루로 만든 과자 같은 빵인데, 건빵과 비슷한 맛이었다. “이게 무슨 빵이니?”라고 물으니 “마짜라는 빵인데요, 선생님이 가르쳐 주셔서 만들었어요”라고 대답했다. “아, 이게 성경에서 나오는 무교병이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얼른 들었다. 유월절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이 유치원 아이들에게 무교병을 직접 굽도록 하면서 유월절에 대해 가르쳤던 것이다. 이렇게 어린 아이에게 빵을 직접 굽게 한다는 것이 의외였다.

 

슈퍼마켓에 가 보니 빵을 살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곡식의 가루로 만든 것은 무엇이든 살 수 없었다. 밀가루든 보리 가루든 옥수수 가루든 일체의 곡식을 만든 제품이 진열되었던 곳은 하얀 종이로 붙여 버려 고객의 접근초자 허용하지 않았다. 8일 동안은 빵이나 밀가루 음식 또는 일체의 발효제(이스트)가 들어 있는 음식을 살 수 없었다. 아내는 국수를 사려고 했으나 슈퍼마켓에서 거절당하고 말았다. 먹을 것도 별로 없는데 국수마저 없이 8일 동안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그렇다고 무교병을 일주일이나 먹어야 한다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예루살렘에서 가장 큰 유대인 재래시장인 ‘마하네이 예후다’에 나가 보았다. 평소 국수를 사던 집에 가서 국수를 달라고 사정했다. 주인은 처음에 거절했으나 잠시 머뭇거리더니, 외국인이니까 준다고 하면서 국수 두 다발을 내주었다. 필자가 처음 경험한 유월절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유대인의 유월절은 어떤 명절이며,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유월절 준비

 

유월절 전날이 되면 모든 유대인 어머니는 집안을 샅샅이 청소한다. 특별히 부엌은 구석구석까지 살펴, 혹 누룩이 들어 있는 음식이 남아있는 일이 없도록 깨끗이 청소한다. 어머니의 청소가 끝나면 다음은 어린이의 차례다. 유대 어린이들은 촛불을 켜서 들고 다니며 침대 밑이나 옷장 뒤 등을 샅샅이 살핀다. 혹시라도 누룩이 든 음식물 찌꺼기가 있으면 철저하게 수거한다. 빵 부스러기, 과자 부스러기, 씨리얼 부스러기 등이 없는지 살핀다. 왜 이와 같이 누룩을 제거하는가? 누룩을 제거하는 일은 부정을 제거하고 악을 말살하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누룩에 대한 유대인의 부정적인 시각은 예수님에 의해서도 비유적으로 사용되었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16장 11절에서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의 누룩을 조심하라고 하셨다. 여기서의 누룩은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의 악한 교훈을 상징한다. 바울도 갈라디아서 5장 9절에서 누룩을 거짓 교리에 비유하여 사용했다.

 

유대인들은 묵은 누룩이 완전히 제거된 뒤에야 유월절을 맞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수거된 누룩은 따로 모아 유월절이 시작되기 전 불에 살라 완전히 제거한다. 누룩이 제거되면 유월절을 위한 그릇, 접시, 포크, 나이프 등을 준비한다. 유대인들은 일반적으로 유월절에 유월절을 위한 식기나 그릇 등을 따로 준비하여 사용한다. 가정에 따라서는 가장 좋은 그릇들을 가보로 남겨 대대로 물려주면서 유월절에만 사용하도록 한다.

 

키트니욧

 

‘키트니욧’은 빵을 만들 수 있는 일곱 가지의 곡식을 통칭하여 부르는 말이다. 유대인들은 유월절이 되면 누룩이 든 빵을 금할 뿐 아니라 일체의 곡식을 금한다. 따라서 유월절이 되면 밀, 보리, 옥수수, 콩 등의 곡식을 일체 금한다.

 

카메츠와 쎄오르

대인들은 유월절 기간의 7일이나 8일 동안 ‘카메츠’를 먹거나 소유하는 것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카메츠’는 인공적으로 또는 자연적으로 발효된 밀. 호밀, 보리, 귀리, 맥아 등을 통칭하여 부르는 말이다. 따라서 유월절이 되면 집에 있는 모든 밀, 호밀, 보리, 귀리 등의 곡식을 없애야 한다. 그러나 번거로움을 덜기 위하여 랍비들이 새로운 법을 만들었다. 이 법에 의하면, 유대인들은 유월절이 시작되기 전날 ‘카메츠’를 이웃의 이방인에게 팔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유월절이 지나고 나면 다시 이방인으로부터 사들인다. 대부분의 회당은 회중들이 카메츠를 팔았다가 다시 살 수 있도록 필요한 절차를 마련해 놓고 있다.

 

‘쎄오르’는 곡식을 발효시키거나 발효를 돕는 모든 이스트나 그와 유사한 물질을 가리키는 용어다. 유월절 기간 동안 카메츠와 마찬가지로 ‘쎄오르’의 사용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유의할 점은 이 법이 곡식과 관련된 법이라는 것이다. 발효된 곡식만이 금지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포도를 발효하여 만든 포도주는 금지되지 않는 식품이다. 곡식으로 만든 식품은 무교병(마짜)만이 허용된다.

 

최명덕/건국대학교 교수, 조치원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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