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관의 노래 신학(13)
다함께 봄
홍순관 글
- 2007년 만듦, ‘춤추는 평화’ 음반수록 -
꽃 한 송이 핀다고 봄인가요
다 함께 피어야 봄이지요
비록 연합이 깨어지고 약속이 어겨지고 거짓과 폭력으로 가려진 부활절 행사였지만, 그 해(2007년,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 정했던 공식 표어 -‘꽃 한 송이 핀다고 봄인가요, 다함께 피어야 봄이지요’- 와 포스터-전체화면에 꽃 수백송이를 그렸고 그 사이사이에 남과 북 아시아 지구촌 모든 민족이 어깨동무하고 있는 그림- 는 아름다웠습니다.
늘 대규모 찬양대가 꾸려져 외국 곡으로 연주해왔던 예배음악을 끈질긴 설득 끝에 우리가 지은 창작곡으로 바꾸려고 했습니다. 위의 노랫말은 주제 테마인 셈입니다. 국악기와 서양악기를 함께 사용하여 편곡되었던 그 합창곡 ‘다함께 봄(홍순관 글, 류형선 곡)’은 한 번 선보이지도 못한 채, 악보로만 남아 있습니다. 60년 흘러왔던 습관을 벗어보려고 했던 일입니다. 60년 동안 창작곡이 연주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화석처럼 굳어진 문화요, 관습입니다. 변하지 않으려는 보수의 마음이요, 흘러들어온 남의 문화에 대한 콤플렉스이며 권위를 앞세운 포장입니다. 몸과 옷이 따로요, 속과 얼굴이 따로이기 때문입니다.
대형화로 상징되는 번듯한 행사에서 보이는 현상들은 삶의 일상과 갱신에 땀 흘리고 집중하는 건강한 교회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여 우리 언어와 우리이야기와 우리 악기와 우리 정서의 음악을 연주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그래야만 외래종이 아닌 우리 땅에 맞는 씨앗이 되어 싹이 나고 꽃이 필 테니까요. 몇 년이 흘렀지만 지나간 이야기라고 해버리기엔 너무나 현실적인 사건이라 봅니다.
‘나’만 평화라고 평화 아닙니다. 남한만 평화라고 평화 아닙니다. 북한도 평화라야 평화입니다. 아시아를 넘어 제3세계를 품고 지구촌 전체가 평화라야 평화입니다. 참 평화는 부분적인 평화가 아니요, 전체의 평화입니다.
신약에서 엿보이는 예수의 메타포는 조그만 씨앗, 버려진 여인, 무시당하는 아이, 돌봄을 받지 못하는 병자, 신분과 계급으로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이에게 향해 있지만, 성서전체의 관심은 민족구원 온 세상의 구원에 있습니다. 사실 꽃 한 송이와 봄은 따로가 아닙니다. 꽃이 피어야 봄이요, 봄이 와야 꽃이 핍니다. 양 한 마리와 겨자씨는 세상 전체와 다름 아닙니다. 이웃이 내 몸이라고 하셨으니 까요.
나무 한 그루로 숲을 이룰 수 없고, 꽃 한 송이로 들판을 수놓지 못하며, 한 가지 생명으로 산山이라 할 수 없습니다.
혼자만의 구원이 아니요, 전체의 구원이라야 합니다. 혼자만의 부활이 아니요, 전체의 부활이 참 부활입니다.
홍순관/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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