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즐거운 모습을 전엔 본적이 없다. 버스 안, 좁은 의자 사이에 서서 정말 신나게들 춤을 추었다.이음천 속장님의 셋째 아들 결혼식을 마치고 집으로 내려오는 길, 버스 안은 온통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빠른 템포의 노래로 가득했고. 노래에 맞춘 춤으로 열기가 가득했다. 무엇 하나 막힘이 없었다.
오늘은 이해해 달라고 몇 분 교우들이 내 자리로 찾아와 이야기했지만 이해할 게 어디 있는가, 박수와 웃음으로 장단을 맞출 뿐 같이 흔들지 못하는 자신이 아쉬울 뿐이지. 춤과 술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만큼 나는 삶에서 멀어져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예수님이라면 그들과 어울려 좁은 틈을 헤집고서 멋있게 춤을 췄을 텐데. ‘으쌰 으쌰’ 장단을 맞춰가며종설이 아버지와 반장님의 멋진 춤, 엉덩이를 뒤로 빼고 한쪽 다리를 흔들어 대는. 준이 아빠의 멋진 장단, 혹 밑 빠지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연실 두들겨대는. 농사일에 찌든 몸과 마음, 그게 다 언제더냐 싶게 모두의 얼굴엔 함박웃음들이 번졌다.예전 같았으면 분명 나도 이런 모습을 보곤 촌스럽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전혀 아니었다. 정말로 신이 나는 일이었다. 이렇게라도 모두가 맘껏 즐거워 할 수 있다는 것, 신나게 춤추며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 추하거나 촌스러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속장님이 저리도 멋지게 춤 잘 추는 줄 오늘에야 알았네. ‘이보소, 속장님. 앞으로 그 춤 좀 자주 자주 구경합시다.’
- 뜨거운 열기 속, 잠든 아기를 품에 안고 난 흔들리는 글씨로 다음과 같이 적었다.
- “반은 거짓이라 해도 좋고반은 위선이라 해도 좋습니다.
- 그러면 남는 게 없습니다만 그래도 나 그대들 사랑합니다.그대 슬픔 알기에 더욱 사랑합니다. 그대 설움 알기에 더더욱 사랑합니다. 물빛 꿈은 꿈으로 질뿐 메마르고 낯선 生그대 어이없음 알기에 이만치서 다만 물기어린 시선으로.”
-<얘기마을>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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