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토요모임. 성서연구를 마치고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주제는 자신이 생각하는 오늘날의 농촌문제였다. 처음에는 서로가 어색했는지 머뭇거렸지만 나중엔 편하게들 이야길 나눴다.
제일 먼저 나온 것이 교통 문제였다. 하루에 서너 번 다니는 버스. 좀 더 많이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하천문제가 나왔다. 따로 쓰레기장이 없다보니 개울이 쓰레기로 더러워졌고 깨끗한 물이 고이지 못하니 목욕도 못한다는 것이다.
소득이 가을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로운 재배방법을 도입하여 계절별 소득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었다.
또한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를 졸업시켜 도시 공장으로 내보내는 부모님들의 결정이 형편 때문임을 알지만 못내 원망스러운 것이다.
농협에 대한 문제도 나왔다. 융자 이자가 높다는 것과 이자 갚다가 볼일 못 보는 사람들을 위한 어떤 대책이 있어야겠다는 것, 저축시 농협 이자가 높지 않다는 것, 농협 직원들이 반상회에 참석하여 농사정보를 가르쳐 주면 좋지 않겠냐는 것 등이었다.
가게와 문방구가 없다는 것, 애써 농사를 지어도 중간 상인들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는 것, 그 외에도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가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한 번 알아보자고 제안을 했다.다음 주엔 그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이야기를 마치려다 문득 생각이 나 학생들에게 묻는다.
“학교를 졸업하고 너희가 어른이 되었을 때, 그때에도 단강에 남고 싶은 사람?”
아무도 없었다. 가끔씩 자식들이나 데리고 내려오겠다는 것이다. 그렇담 그때엔 누가 남아 그들을 맞아줄 수 있는 것인지. 지금 나타난 문제도 문제려니와 더 큰 문제는 현재 드러난 문제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너희들만이라도 이 땅에 끝까지 남기를 바란다고 말하지만 그저 그 말은 좋은 말일뿐, 현실성이 없는 말로 들렸을 것이다.
오늘의 농촌, 언제나 떠난 이들이 돌아올까. 조상이 물려준 땅에 당당하게 남아 이 땅 지킬 수 있을까.
-<얘기마을>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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