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책상의 위치를 바꿨다. 날씨는 덥고 무료하기에 책상 위 책꽂이를 한쪽 옆으로 내려놓고 벽 쪽을 마주했던 것을 서쪽 창가로 향하게 했던 것이다.
높이가 잘 맞는 건 아니지만 의자에 앉으면 창문을 통해 많은 것이 내다보인다. 교회 앞 허술한 방앗간 지붕, 아이 뒷머리 기계로 민 듯 나무 모두 잘라내고 잣나무를 심은 신작로 건너편 산, 그리고 그 너머 하늘과 맞닿은 강 건너 산, 그러니까 책상 앞에 앉으면 강원도에 앉아 충청북도의 산을 마주하는 셈이다.
의자를 조금 움직여야 하지만 학교 쪽으로 난 길을 통해서는 학교 갔다 돌아오는 아이들을 볼 수도 있다.
해질녘의 노을과 밤늦게까지 지워지지 않는 어둠속 산과 하늘의 경계선, 막 깨어나는 별들. 몹시 슬플 때에는 해 지는 모습 보기를 좋아했다는 어린왕자, 원할 때면 의자를 몇 발짝 뒤로 물려 언제라도 그 모습 바라볼 수 있었다는, 언젠가는 마흔세 번인가 해지는 모습을 본 적도 있었다는 어린왕자.
문득 어린왕자가 앉았던 그 의자에 앉은 듯 싶은, 책상 앞에 앉는 시간을 아끼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단지 책상의 위치를 바꿈으로 얻게 된 마음의 변화, 좋은 암시였다. 그래, 주위의 작은 것부터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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