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올해 94세시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팡이를 짚고 동네를 다니기도 하고, 가끔은 잔 빨래도 하고, 또 가끔씩은 햇볕을 쬐기도 하던, 연세에 비해 귀가 무척이나 밝으신 분이셨다.
곡기를 끊은 지 며칠째 되는 날, 곧 돌아가시게 될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할머니를 뵈러 갔다. 자리에 누워 계신 할머니는 아무 말도 못하시고 호흡이 가빴다. 물도 마시지 못하셨다. 그러면서도 할머니는 방안에 있는 사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유심히 살피시는 것이었다.
군에 간지 얼마 안 되는 맏손자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다. 보고 싶은 사람을 두곤 쉬 눈을 감지 못하는 것이 떠나는 사람의 마음인가 보다. 결국은 맏손자를 보지 못하신 채 다음날인 추석 오후 1시경에 돌아가셨다.
모두들 할머니의 죽음을 두고 호상이라 했다. 무병장수 하신 것도 그러하지만, 좋은 날 좋은 시간 택하셔서 돌아가셨으니 복도 많다는 것이었다. 만약 추석 전날이든지, 추석 새벽에 돌아가셨으면 동네 사람들 제사도 못 드리게 할 뻔 했는데, 모두들 제사를 마친 오후에 떠나셨으니 얼마나 잘된 일이냐는 것이다.
어쩜 그건 후손들에게 준, 한평생 함께 살아온 마을 사람들에게 준 할머니의 마지막 따뜻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다.
건강하게 한 평생을 산다는 것, 그보다 중요한 일은 없겠지만, 떠나며 남는 이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지 싶다. 뜻하지 않은 예배를 드리며 삶에서 죽음으로의 과정이 의외로 자연스러운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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