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이번 달엔 전화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유. 쓴 적두 별루 읍는데.”
속회예배를 마쳤을 때 윤연섭 할머니가 전화요금 걱정을 했습니다. 조그마한 오두막집에 홀로 살고 계신 할머니가 전화를 놓은 건 재작년 일입니다. 혼자가 되신 어머니를 위해 자식들이 돈을 모아 전화를 놓아 드렸던 것입니다. 눈이 어두운 어머니를 위해 전화기의 반이 숫자판으로 되어 있는 전화기를 골라 샀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어 할머니는 드물긴 하지만 전화 걸 일 생기면 ‘건넌말 애덜 불러다 숫자 눌러 달라’ 하던지, ‘애덜 읍슬 땐 전에 그랬듯 딴 집 가 돈 주고 걸든지’ 그렇게 지내오고 계셨던 것입니다. 거의 수신전용 전화기가 되어 버린 셈입니다.
그런데 요금이 많이 나왔다니 얼마나 나왔을까 궁금하여 여쭙자 “삼천 원이 넘게 나왔어유. 매달 천 몇 백 원씩만 내문 됐는데.”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삼천 원이 넘게 나와 걱정하는, 기다림뿐인 할머니의 전화. 순간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 바람처럼 맘속을 지났습니다.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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