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성서 모임에 참석하는 한 자매가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하여 위문차 병원을 찾았다. 2층 맨 끝 방,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그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잠을 깨우지 않으려 잠시 기도하고 그냥 나오려는데, 침대 책상에 놓인 책과 원고지가 눈길을 끌었다. 얼마나 급한 것이기에 병원에 와서도 원고지일까 바라보니 원고지엔 성경 말씀이 적혀 있었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시편 1편 말씀이었다. 또박또박 쓴 글씨, 마치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간 아이가 처음으로 글자 공부한 듯 반듯반듯한 글씨였다. 마음에 새긴 조각인 듯 글씨가 그랬다. 성경말씀이 끝난 맨 아랫줄에는 한 줄 기도문이 적혀 있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순종과 인내를 가르치소서."
그렇다. 그는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병실에 누워서.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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