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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호의 '너른마당'

예언의 소리

by 한종호 2022. 4. 26.

 

백성이 상처를 입어 앓고 있을 때에, 그들은 괜찮다! 괜찮다!’ 하고 말하지만 괜찮기는 어디가 괜찮으냐?” (예레미야 8:11)

 

예레미야는 예언자들과 제사장들이 백성들을 속이고 사는 것에 대하여 분노했다. 시대가 깊은 병에 걸려서 앓고 있었으며 그로써 백성들이 상처 때문에 그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이들 예언자들과 제사장들은 딴소리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까짓 것 가지고 뭘 그러냐? 아무 것도 아니다. 조금만 참으면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다라면서 거짓 희망을 불어넣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의 모순과 죄의 근원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자신들은 이러한 백성들의 맹목(盲目)과 조작된 우매함 위에서 챙길 것은 온통 다 챙기는 그런 죄악을 저질렀다고 고발하고 있다. 그 시대의 병폐와, 그로 인한 상처, 그리고 이를 고칠 방도에 대하여는 입을 다물었다는 것이다. 그런 시간이 오래면 오랠수록 이후 파국의 강도는 높고 그 파국을 견뎌내는 과정에서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심할 것이다.

 

백성들의 고통에 주목하지 않고, 또 그 시대의 병폐를 근원적으로 지목하여 이를 치유할 생각은 아니하고 도리어 그 병의 제조자들과 짝하여 영화와 권세를 누린 거짓 예언자들과 권세가 제사장들, 예레미야는 이들을 질타의 대상으로 삼았다. 결국 그의 질타는 이스라엘의 멸망에 대한 경고로 이어지고, 그것은 현실로 나타나고 만다.

 

예언자는 누구인가? 그는 시대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미미한 진동에도 몸을 떨고 사태의 전조를 미리 알아차리는 사람이다. 모두가 괜찮을 것이다라고 할 때에 그는 앞장서서 지금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이제 큰 일이 일어나고야 말 것이다라고 외친다. 한참 사태가 잘 굴러가고 있는 듯한 때에 이러한 예언자의 소리는 거추장스럽고 비현실적이기만 하다. ‘잘 되어간다, 잘 되어간다해도 부족할 때에 판을 깨는 식이 되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에 호들갑을 떠는 존재이며, 대충 넘어가도 괜찮을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신경과민의 환자처럼 보인다.

 

윤석렬 정부의 내각의 면면과 취임도 하기 전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밑둥이 썩어가면서 병색이 완연해 질거라는 불길한 전조로 가고 있는데도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지, 무슨 결단을 내려야 하는지 바르게 일깨우는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이제 이 나라가 꽤 괜찮은 곳이 된 듯 착각하는 영적 무지와 결별해야 한다. 그리고 결코 괜찮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는 용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그것이 이 위기의 시대에 하나님의 길을 발견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다.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앞다퉈 주술에 빠진 새로운 권력자에 대해 용비어천가를 부르기에 바쁘고, 만사가 형통할 듯 선전하는 입들이 닫혀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 진정 우리를 뒤흔들 것인가에 대하여 깊이 꿰뚫어보는 힘을 갖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야 하지 않을까.

 
                                                                                                                    한종호/꽃자리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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