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구절초 곁으로
가을걷이를 다한 빈 들녘
빈 들녘 곁으로
옛 서라벌 토함산 능선을 배경으로
하얀 구절초를 찍으려고
가까이 다가가서 곁에 앉았더니
흰빛을 잃은 구절초
내 그림자가 그랬구나
보이지 않던 해가
바로 내 등 뒤에 있었구나
토함산 자락을 넘어가는
저 하얀 구름을 따라서
나도 슬쩍 푸른 동해로
고개를 기울인다
이 땅 어디를 가든
해를 등진 순간마다
회색빛 그림이 되는
한 점의 나를 보며
착한 길벗 하얀 구절초가
하얗게 웃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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