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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나무는 참선하는 사람

by 한종호 2023. 2. 26.



나무는
참선하는 사람

한 자리에 
오롯이 앉아서

땅의 흙을 
끌어 안으려는

뿌리들의 
결가부좌(結跏趺坐)

둥치의
꽂꽂이 세운 허리

숨으로 나를 지우는
무념무상(無念無想)

잔가지들의
자유로운 비상(飛上)

참선하는 나무가 
걸어다니는 나무에게

지구별에서 꿈꾸는
하나의 소망은 아마도

나란히 곁에 앉아서
평화의 숨을 나누자는 천명(天命)

숨을 쉬는 일
숨을 쉬는 일

숨 하나로 
나를 지우는 일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

이 땅에서 
천국의 안식을 누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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