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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호의 '너른마당'

청년 예수께 길을 묻습니다

by 한종호 2015. 10. 1.

한종호의 너른마당(34)

 

청년 예수께 길을 묻습니다

 

 

“순결한 남자들

저녁노을같이 붉고 곱던 남자들

그들과 함께 한 시대도 저물어

채울 길 없는 끔찍한 날들이 많았다

…길을 떠나려다 문득문득

순결한 남자들 보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뜨거움도 간절함도 없이 살고 있어서

눈물도 절규도 없이 살고 있어서”

 

- <저녁노을>, 도종환

 

역사를 고뇌하고 이상에 자신을 걸고 아무런 계산 없이 사람을 사랑하는 그런 이들을 다시 보고 싶어하는 시인의 아픔이 절절히 다가옵니다.

 

시인은 다시 <그리운 강>에서 꿈꾸는 새로운 출발을 이렇게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늘 바다로 떠날 일을 꿈꾸지만

나는 아무래도 강으로 가야겠다

가없이 넓고 크고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꿈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작고 따뜻한 물소리에서

다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할 수만 있다면 한적한 강 마을로 돌아가

외로워서 여유롭고 평화로와서 쓸쓸한 집 한 채 짓고

맑고 때묻지 않은 청년으로 돌아가고 싶다”

 

세속의 욕심과 야망으로 자신의 생명을 병들게 하는 세대 앞에서 때 묻지 않은 맑은 청년의 영혼, 그것을 지니고 살고 싶다는 것이겠지요. 아마도 그의 그런 소망은 우리 모두에게 한때 청춘의 꿈이었고 또한 우리를 언제나 다시 순결의 깨우침으로 이끄는 미래의 그리움일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날 청년들은 기백이 없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고난을 겪지 않아 든든하지 않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청년들의 선배세대들이 얼마나 힘든 세월을 살았는지 아느냐, 하는 다그침을 받습니다. 그러면 청년들은 더욱 위축됩니다. 우리는 도대체 뭐냐, 하는 자괴감이 깊어지는 겁니다.

 

그러나 이들 청년 세대들이 아무런 고난이 없다는 것은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한 결과입니다. 대학을 가는 청년들은 당장에 등록금 부담으로 휘청거립니다. 그렇지 않은 청년들도 그들대로 현실을 감당하느라 힘겨워 합니다. 대학을 나와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취업의 문은 좁고, 하는 일도 마땅하지 않습니다. 사회에 나오게 되어도 봐주는 건 물론 없습니다.

 

오늘날의 청년세대는 정치적 격투에 시달리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리고 교육에 있어서도 그들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길을 찾을 수 없어 방황하고 있습니다. 더 깊이 말하자면 많이들 절망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주는 위로와 격려는 별반 없고 낙담스러운 상황만 자꾸 전개될 뿐입니다.

 

등록금 문제 하나만 봐도 그렇습니다. 너무나 무거운 부담 아래 이들에게는 기쁨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학 강의실에 가보면 압니다. 이들은 질문이 없고, 스스로 밀고 나가는 기운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우울한 겁니다. 학점 따는 것은 그래서 목숨을 거는 일이 되고 있습니다. 자신을 위해 뭔가 스스로 선택해서 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이미 정해진 틀에서 잘 될 수 있는 것에만 생각을 모읍니다.

 

이와 같은 청년세대의 미래는 앞으로 어떤 것이 될 수 있을까요? 한참 발랄하고 유쾌하며 자신이 살고 있는 역사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청년세대가 부족한 이 나라의 미래는 과연 어찌 될까요? 청년의 시대에 무수한 시험과 선택, 또는 모험과 흥겨움을 느껴보지 못한 세대는 성인이 되어서도 그 우울함은 남고, 시야와 사고는 좁아지기 마련입니다.

 

세대가 이어지면서 역사는 발전해야 하고, 인생에 대한 낙관이 보다 넓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자꾸 듣게 되면서 우리는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해 염려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교회에서는 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길러주고 있나요? 청년들은 교회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구태의연한 소리가 반복되는 곳에서, 온갖 상식 이하의 일이 벌어지는 곳에서 이들은 어떠한 미래의 꿈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청년세대의 약동적인 힘이 느껴지지 못하면 교회의 미래 또한 없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나이 많은 이들의 축 늘어진 모임으로 전락할 위기가 오는 겁니다. 서구의 교회가 거처 왔던 길을 이 나라도 걷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위로와 용기, 그리고 지혜로운 청년들로 커나가기 위해 필요한 정신적 자양분을 공급해주지 못한다면 그 교회는 존재이유를 잃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청년 예수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가 보았던 현실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분노했던 세상과 그가 꿈꾸었던 미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하는 질문으로 청년 예수에게 가야 합니다. 그는 힘과 재력으로 지배되는 세상에 분노했고,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현실에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약자를 괴롭히는 자들에 대해 단호했고, 약자들이 자기 권리를 찾고 존엄한 주체성으로 바로 서는 길을 온 몸으로 뚫고 나가려 했습니다. 거기에서 민중들은 희망을 보았습니다. 온 몸으로 밀고 나가는 역사. 여기서 우리는 청년 예수의 힘과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날 교회는 이런 청년 예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부자들의 교회가 되고 있고 또 되려고 몸부림치다시피 합니다. 권력을 기뻐하는 교회가 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청년 예수의 갈망과 다릅니다. 교회에 예수가 없다는 외침은 그래서 올바른 지적입니다. 이것부터 제대로 바꾸는 운동이 일어나야겠습니다. 아니면 우리는 청년 세대에게 보여줄 예수 없는 교회를 지키는 자들이 될 수 있습니다.

 

절망의 시대는 희망을 낳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그렇게 끝이 아닙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청년 세대가 마주친 막다른 골목은 오히려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무너지지 마라, 다시 일어나자, 저 새로운 길을 향해 믿음의 모험을 하자, 이렇게 용기를 주면서 나가는 교회에 청년들은 모여들 겁니다. 정의롭게 살고 의미 있게 사는 길에 대한 질문이 풍부한 교회, 거기서 우리는 우리의 미래와 청년들의 희망을 봐야 할 것입니다.

 

 

한종호/<꽃자리>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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