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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의 '종횡서해'

‘헬조선’이라고 하는 우리사회에서 출애굽기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by 한종호 2015. 12. 16.

<꽃자리>의 종횡서해

 

헬조선이라고 하는 우리사회에서 출애굽기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출애굽 사건은 부활 사건과 더불어 성경의 핵심이라고 본 저자는 고통을 보시고”, 울부짖음을 들으시고”, 근심을 아시는하나님을 소개하면서 애굽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헬조선이라고 하는 그런 세상의 축소판이라고 규정한다.

 

“ ‘애굽은 지금 우리 속에도 있고, 우리 세계 속에서 엄연히 존재한다. 인간이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곳에서 애굽은 발생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야말로 애굽의 모형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제시하는 행복의 신기루를 바라보고 걷는 동안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욕망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욕망은 언제나 자기중심적이기에 타자를 배려하지 않는다. 이런 현실 가운데 살아남으려면 경쟁의식을 내면화하고 살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이긴 이들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경쟁에서 떠밀린 이들의 가슴에는 누군가에 대한 원망이 자리 잡는다. 안식과 평화를 향한 인류의 오랜 꿈은 퇴색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보편적 격률은 가뭇없이 스러진다.

 

 

 

 

이런 시대에 출애굽기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하나님은 피라미드로 상징되는 애굽 위계사회의 맨 밑바닥에 머물면서 존엄한 인격으로 대접받지 못하던 이들의 신음소리를 차마 뿌리치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애굽의 전제정치 아래서 신음하고 있던 사람들을 찾아오셨고, 그들의 삶에 연루되기를 꺼리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그릇된 권력에 의해 짓눌린 이들 속에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불어넣으시고 그들을 해방의 길로 인도하셨다.

 

물론 그 길은 붉은색 카펫이 깔린 영광의 길이 아니라 고난의 길, 광야로 이어진 길이었다. 자유를 향한 긴 여정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올 때마다 탈출 공동체는 매혹의 옷을 입고 찾아오는 옛 삶을 그리워했다. 광야, 그곳은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몸과 마음속에 배어든 노예적 습기習氣와 결별할 것을 요구받는 학교였다.“

 

지금 우리는 “‘애굽가나안사이에서 살고 있다고 지적하는 저자는 이 시련의 시간을 제대로 살아내야 참 자유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돈이 주인 노릇하는 세상은 우리 속에 끊임없이 불안감을 주입함으로 그 체제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성경은 우리에게 다른 삶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출애굽 사건이 그러하고, 예수가 제시하는 하나님 나라 운동이 그러하다. 불안감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통해서만 극복된다. 그런 신뢰가 회복될 때 비로소 이웃 사랑의 가능성이 우리에게 유입된다. ‘너와 나가 서로에게 공속된 존재임을 깨닫고 상대에게 자신을 선물로 주려 할 때 거룩한 백성이 창조된다.

 

출애굽기를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오래된 인류의 꿈을 읽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꿈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꿈은 인류의 꿈인 동시에 하나님의 꿈이기에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그 꿈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바로의 애굽으로 상징되는 강고한 벽에 틈을 만들어 역사의 봄을 선구하는 이들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지은이의 바람처럼 오늘 우리는 이 멋진 일에 부름 받고 있기에 이 책이 역사의 긴 겨울에 지친 누군가에게 봄이 반드시 온다는 메시지로 읽혀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저자의 스승이신 민영진 박사(전 대한성서공회 총무)는 추천의 글에서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

 

저자는 출애굽기를 읽는 21세기 독자들이 서 있는 자리가 바로 탈출을 감행해야 할 자리라는 것을 발견하도록 촉구한다. 지금의 히브리인들, 지금의 파라오와 그들의 추종세력,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히브리인의 하나님 ”(I AM), 그때나 지금이나 역사 발전에 직접 간접으로 참여하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이들”, 악마적 세력을 희화戱畵하여 민중의 희망을 북돋게 하는 해학과 풍자, 열 번씩이나 꼬꾸라지는 우둔한 허상을 비웃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광야 체험에서 배우는 평등주의 경제 질서, 하나님의 통치 윤리인 십계명과 계약법, 탈출 공동체를 하나님의 백성으로 결속시키는 성막/회막 건설, 제사장 나라의 비전, 지도자의 은퇴와 지속되는 하나님의 임재로 새롭게 열리는 역사의 새 마당. 이 모두는 탈출 없이는 불가능한 역사의 진로다. 탈출은 부활로 계속된다.

 

이 책의 구성은 전작인 요한복음 묵상집인 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처럼 본문을 중심으로 모두 16편의 출애굽기의 현재적 메시지를 깔면서 그 사이사이에 또 다른 56편의 성서 에세이를 배치하는 구도를 선보이고 있다. 전자가 경어체로 현장성을 잃지 않으면서 출애굽기의 주요 주제를 다루고 있다면, 후자는 평어체로 분석과 해석, 묵상과 성찰의 방식에 따라 본문을 촘촘히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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