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40)
악플 때문에 괴로운가
하나님은 여러분에게 완전한 행복을 줄
어떠한 피조물도 지으시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여러분은 의당
영혼의 본질과 터에 머물러야 합니다.
사람들은 인터넷에 떠다니는 악플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더러는 자살을 감행하기도 한다. 악플이든 선플이든 그런 타인의 나에 대한 평판은, 마치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과도 같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거울 속에 비친 그것은 내가 아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아무리 일그러져 있어도 거울 속에 비친 그것은 내가 아니다.
따라서 남들의 평판에 울고 웃는 것은 실재의 반영을 실재로 여기는 어리석음이다. 어떤 종교에서는 세상을 마야[환영]라고 부른다. 엑카르트는 모든 피조물에게는 ‘변화의 낙인’이 찍혀 있다고 말한다. 세상은 실재가 아니고 실재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악플도 선플도 마야의 장난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우리에게 이런 자각이 또렷하다면 타인의 비난과 칭찬에 초연할 수 있으리라. 아직도 거울에 비친 아름다움에 도취해 있다면 거울을 부수고 자기 자신과 직면해야 할 것이다. 엑카르트는 그래서 우리에게 영혼의 본질과 터에 머무르라고 말한다.
가장 좋은 말
그러므로 영혼은 잠잠히 평화 속에 머물러
하나님이 영혼 안에서 말씀하시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만 하나님은 자신의 말씀은 물론이고
자신까지 영혼 안에서 선포하십니다.
어떤 스승이 제자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었다.
“미술가와 음악가가 신비가와 공통된 점이 무엇인 줄 아느냐?”
제자들이 아무도 대답을 못하자 스승이 말했다.
“가장 좋은 말은 혀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린다는 점!”
이 스승의 말처럼 혀에서 나오지 않는 ‘가장 좋은 말’을 누가 들을 수 있겠는가? 꽃이 필 때 묵언(黙言)의 향기에 취하고, 새가 울 때 그 소리의 맑음을 즐길 줄 아는 사람, 세 치 혀에서 쏟아지는 소음과 아우성에 귀 기울이지 않고 신의 침묵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혀의 멍에를 지지 않고 혀의 사슬에 묶이지 않는 사람은 행복하다.
고진하/시인, 한살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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