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41)
신세대 새들을 보셨나요?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을 고르게 사랑하시고,
그들에게 자신을 가득 부어주십니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을 똑같이 정답게 대해야 합니다.
예전에 이층에서 살던 때의 일이다. 풍물장을 다녀오겠다고 장바구니를 들고 나간 아내가 아래층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여보, 빨리 내려와 봐요!”
불이라도 난 줄 알고 나는 속옷 바람으로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갔다.
“무슨 일인데 그 난리요?”
“여기 웬 새들이 떨어져 죽었어요.”
그랬다. 알에서 막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듯싶은 새 새끼들이 이층 계단 아래 쪽마루에 널부러져 있었다. 전부 다섯 마리인데, 두 마리는 떨어진 충격이 컸던지 죽어 있었고, 세 마리는 다행히 살아서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아직 몸에 털도 다 나지 않은 어린 새들이었다.
아내와 나는, 이 어린 것들이 어떻게 여기에 떨어져 있는지, 그리고 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해 하며 들여다보다가, 문득 위를 쳐다봤다.
“저, 저기 문틀 위에 새집이 있네요!”
새집을 발견한 기쁨에 아내가 소리쳤다. 새집이라고 하지만, 그건 새가 지은 집이 아니라, 아마도 조립식으로 이 집을 짓던 이들이 미처 메우지 못한 작은 틈에 불과했다. 가로세로 10cm도 되지 않을 작은 구멍, 그 구멍 속에는 마른 이끼와 털 같은 것이 보였다.
나는 곧 이층으로 올라가 평평한 판자 조각과 망치와 못을 가져내려왔다. 그리고 쇠사다리를 가져다 놓고 올라가 우선 새집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새집 안엔 마른 이끼가 섞인 마른 털뭉치가 깔려 있었고, 털뭉치를 손으로 끄집어내자 살아 있는 새 한 마리가 새집 속에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살아 있는 새는 모두 네 마리인 셈이었다.
내가 끄집어낸 털뭉치를 받아들고 들여다보던 아내가 낄낄대고 웃었다.
“요새 신세대 새들은 뭔가 다르네요.”
나는 새들이 새집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판자 조각을 새집 아래에 못으로 박아 고정시키며 물었다.
“뭐가 다른데?”
“이 털뭉치를 보니까, 마른 이끼는 꽃집에서 화분에 넣어주는 인공이끼인 것 같고, 털은 개털 같아요. 요새 동네 개들이 모두 털같이를 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신세대 새들은 인공자재를 써서 집을 짓는다는 말이군.”
“히히, 그런 셈이지요. 하여간 엄마새가 급했던 모양이에요.”
“뭐가 급했을꼬?”
“히히, 아마도 조산(早産) 기미가 있었던 모양이지요.”
“조산이라……그래서 인공자재로 대충……”
나는 아내의 말에 한바탕 배꼽을 잡고 웃었다. 나는 나무 조각을 새집 앞에 대준 뒤 쪽마루에 떨어져 있던 새끼 새들을 한 마리씩 잡아 새집 속에 넣어주었다. 그때, 새 한 마리가 우리 머리 위를 시위하듯 짹짹거리며 선회하더니 새집에서 멀잖은 단풍나무 가지에 앉아 우짖었다. 어미새인 것 같았다.
“후후훗, 신세대 엄마가 왔군!”
내가 이렇게 주절대며 낄낄대고 웃자 아내도 웃으며 대꾸했다.
“그런데 왜 신세대 아빤 꼴도 안 보이죠?”
고진하/시인, 한살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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