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가 전하는 열두 개의 에피소드
사람들을 오랫동안 하느님을 알려고 애써왔다. 그래서 얼마나 알게 됐을까? 사람이 하느님에 대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하느님은 ‘알 수 없는 분’(the Unknowable)이란 말이 있다.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적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하느님을 알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스도교와 유대교의 경전인 구약성서(유대교에서는 ‘구약’이란 말을 쓰지 않지만)는 하느님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과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 하느님이 다양한 상황에서 만난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그 중에서도 창세기는 하느님과 사람이 처음으로 만난 이야기다. 처음으로 만났으니 모든 게 새로웠고 서툴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익숙해졌다.
하느님과 사람이 만난 이야기는 매우 역동적이다. 이야기에서 살아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하느님과 사람 모두가 역동적이고 이야기마다 둘의 성격이 다 다르다. 따라서 하느님과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에서 영원한 본질을 찾거나 만고불변의 진리를 찾아내려는 시도는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얻으려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이 책은 창세기가 전하는 열두 개의 에피소드에서 하느님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는지, 사람은 그런 하느님의 어떤 분으로 인식했는지를 살펴본다. 구약성서의 하느님은 폭력적인 전제군주 같다고 말들 한다. 정말 그럴까? 하느님은 진정 ‘갑질’하는 신일까? ‘갑질’하는 하느님을 믿었던 사람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에게 복종했을까? 이 책은 아담과 하와가, 가인과 아벨이, 노아가,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은 그런 하느님과 어떻게 역동적으로 만났는지를 알기 쉽고 읽기 편하게, 하지만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어떤 내용인가
이 책은 창세기에 전해지는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열두 개를 골라서 그것을 하느님과 다양한 사람들이 만난 이야기(narrative)로 읽고 해석한다. 그리스도교는 성서에 근거해서 교리를 세웠다고 말하지만 각각의 이야기에 전제되고 표현된 하느님 상은 많은 경우 교리의 그것과 다르다. 물론 교리의 하느님 상은 성서가 전하는 다양한 이야기에서 추출하여 고도로 추상화한 것이므로 그럴 수 있지만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면 성서 이야기가 전하는 역동적인 하느님의 모습을 놓치기 십상이다. 이 책은 창세기 설화들에서 역동적이고 살아 움직이는 하느님과 사람의 모습을 포착하여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1장 - 선악과와 갑질하는 하느님
에덴동산에서 하느님과 첫 사람 아담, 하와가 만난 이야기를 다룬다. 에덴에서 일어난 사건이 그리는 하느님은 어떤 하느님인지, 그리스도교 신관의 핵심인 ‘유일신’을 에덴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내는지를 살펴본다.
2장 - 문명충돌? 아니, 원초적 살인의 추억!
가인에 의한 아벨 살해사건을 다룬다. 해석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산재한 이 이야기를 유목문화와 농경문화의 충돌이라는 식으로 상투적으로 읽지 말고 달리 읽을 수 있음을 주장한다.
3장 - 우리 하느님이 달라졌어요!
노아시대의 홍수 이야기를 새롭게 읽는다. 특히 2014년 영화 <노아>와 비교해 가면서 노아가 겪었을 고뇌와 홍수 후에도 남아 있었을 트라우마를 그려보면서 노아와 하느님의 가슴 속에 몰아쳤을 풍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4장 - 흩어져! 흩어지라니까!!
바벨탑 이야기를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사람을 향한 하느님의 첫 명령, “생육하고 번성하려 땅에 충만하라”에 비추어 해석한다. 바벨탑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는 하느님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사람들의 교만에 대한 경고라기보다는 흩어져 땅에 충만하기를 그치고 한 곳에 정착하려는 사람들의 시도를 하느님이 좌절시킨 것으로 이해한다.
5장 - 아무리 그래도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니…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아들 이삭을 번제로 바치려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얘기가 어떤 의미에서 아브라함에 대한 ‘시험’이었는지, 이에 대해 아브라함은 어떻게 응답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힌다.
6장 - 자신을 묶은 야훼, 너무나 약한 아브라함
하느님이 아브라함과 언약(covenant) 맺는 이야기를 다룬다. 언약 맺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로 인해 하느님과 아브라함(및 그의 후손들)은 어떤 관계에 들어가는지를 서술한다.
7장 - 이삭의 트라우마
이삭 이야기를 다룬다. 이삭은 이스라엘의 다른 조상들이 비해서 소홀히 취급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장은 모리야산 사건(아브라함이 그를 하느님에게 번제로 바치려던 사건) 이후에 그가 겪었을 영혼의 상처를 ‘생존의 수수께끼’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이해한다.
8장 - 나도 그랬으면 좋겠네
야곱이 형 에서를 피해 도망치는 길에 베델에서 천사가 사다리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는 환상을 본 얘기를 다룬다. 이 이야기가 전체 야곱 전승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신약성서 요한복음은 이 에피소드를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살펴본다.
9장 - 강간당했다고 몰살해?
10장 - 다말, 몸으로 울었다!
9장과 10장은 곤혹스런 두 이야기, 곧 누이동생이 이방인에게 강간당했다고 오빠들이 성읍 남자들을 몰살한 이야기와 며느리가 창녀로 변장해서 시아버지와 동침해서 아들을 낳은 이야기를 다룬다. 구약성서가 숨기고 싶었을 얘기를 왜 전했는지를 따져본다.
11장 - 요셉, 철없는 어린아이인가 지혜의 화신인가?
12장 - 미시즈(Mrs) 보디발, 남자에게 들이댄 유일한 여자
13장 - 나 찾아봐라!
11장에서 13장까지는 요셉 이야기를 다룬다. 단일 설화로는 구약성서에서 가장 긴 이 이야기는 어떤 문화적, 종교적 분위기를 전제하고 있는지, 왜 이 이야기는 하느님을 말하는 방식이 여타 이야기들과 다른지 따져본다.
부록 - 성서는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가?
부록은 동성애와 성소수자에 대해서 성서가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를 주제로 한 설교문이다. 최근 교회 안에서 첨예한 대립을 일으키는 이 문제를 성서는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 어떤 점을 강조해서 말하고 어떤 점에 대해서는 침묵하는지, 동성애에 관한 계명의 존재이유와 목적은 무엇인지를 해당구절들을 꼼꼼하게 읽어가면서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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